이 전시를 추천합니다.
1. 아이와 함께 볼 전시를 찾는다.
2. 일상적인 존재를 비트는 상상력과 유머를 좋아한다.
3.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4. 포토존에서 인생샷을 건지고 싶다.
이 전시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1. 표값 대비 관람시간이 긴 전시를 좋아한다.
2. 해석의 여지가 깊어 관객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좋아한다.
3. 장난감은 어린아이들만의 전유물이고 어른이 좋아하기엔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예매는 네이버에서 예약하실 수 있고 얼리버드 티켓은 없습니다. 따로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네이버페이 포인트나 카드혜택에 따라서 할인받으실 수 있고 저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사용하였습니다. 현장에서 결제하실 경우에는 문화의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저는 토요일 저녁에 다녀왔는데 걱정했던것보다 사람이 정말 적어서 여유있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관련 정보는 아래의 팜플렛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관람시 참고하세요.
전시기간이 연말연초에 몰려있어 관람객이 몰릴것 같으니 11월에 일찍 다녀오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여유로운 관람을 위해서 식사시간도 오픈에 맞춰 관람을 먼저 하고 점심식사를 하거나 미리 점심을 드시고 보시는것도 좋지만 저녁식사 후에 보러오시면 9시까지라 아마 시간여유가 조금 없다고 느끼실거예요.
전시규모가 커서 다돌아보는데 오랜시간이 걸리거나 깊게 오래 생각해야하는 여운이 남는 주제는 아니지만 사람마음이 참 그렇잖아요. 시간이 없으면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니까 시간 안배 잘하셔서 식사, 쇼핑, 관람 시간 모두 놓치지 않길 바라요.
저는 뚜벅이기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였는데요. 9호선 여의도역에서 내려 3번이나 4번출구로 나와서 얼마 멀지 않은 위치에 IFC몰이 있어요. 전시회 보기 전후에 식사를 하실 예정이라면 다른 층에 있는 식당을 가셔도 되고 근처 맛집을 가셔도 되지만 저는 더 걸어서 더현대서울까지 갔다왔어요.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백신 2차를 맞고나서 2주가 지나서야 이런저런 구경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백신접종률이 70프로가 넘어선지 원래 이랬던건지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요. 문득 두려운 마음이 드는 집순이었습니다.
IFC몰에 들어와서 입구 바로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L3층으로 내려갑니다. 그곳에 MPX 갤러리가 있어요. 새삼 한국살면서 건물이름이나 층계를 다 영어로 표시해놓는게 이상하다고 느껴요. 하다못해 한글표기를 같이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기도하고. 너무 쓸데없이 진지한가요? 점점 정보소외격차가 벌어지는게 과연 나한테도 일어나지 않을 일일까 생각한다면 바꾸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김없이 팜플렛에도 전시장 안내를 영어로만 표기해놓았길래 한국어설명을 덧붙입니다.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와서 좌측에 바로 전시장 입구가 있어요. 들어가서 바로보이는 인포메이션데스크(안내/접수처)에서 예약확인 후에 입장 가능합니다.
팜플렛, 티켓, 폴라로이드 사이즈의 사진틀을 받고 입장합니다. 사진틀은 잘만 이용하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진을 잘 못 찍는 관계로 건진게 없지만 일상 속에서 문득 어? 이거 미니어처 라이프 재질이잖아! 싶은 장면이 있으면 이 사진틀을 꺼내 찍어보려고요.
전시회는 내부 전체 사진촬영 가능하고 플래시 사용은 금지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면에 바로 보이는 작가의 말. 타나카 타츠야는 인스타그램에서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한 미니어처 작가인데요. 저도 평소에 팔로잉하고 작품을 즐겨보고있어서 이 전시회를 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이 작가는 매일 달력처럼 작품을 하루 한작품씩 올리는데요.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도 "MINIATURE CALENDAR"이에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어떻게 매일 업로드를 할 수가 있을까요. 그냥 일상사진 올리는 것도 귀찮은데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그것도 매일 새로운 소재를 구상해야하는 작업을 매일... 인간적으로도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여러분들도 미리 인스타그램에서 작품을 몇개 보고가시면 어! 이거 그건데 하면서 되게 반가우실거예요. 저는 구경하는 내내 어 이건 처음 보는거다, 봤던건데 이게 이런 사이즈였구나 하면서 재밌게 봤거든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예요. 근데 몰랐어도 별천지처럼 신기하게 즐겼을 것 같아요. 워낙 미니어처, 레고 이런걸 좋아하다보니 전시회장을 돌면서 흐르는 침을 닦기 바빴어요. 자꾸만 급발진하듯 마음이 솟아오르는 거 있죠! 너무 귀여워!!!
본격적으로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을 틀어줘요. 반복재생되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체감 1분정도 소요되는 짧은 영상이니 꼭 보고 들어가세요. 보는데 작업실 정리를 너무 잘하시고 부품 분류해놓은거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저랑 정말 취향이 같으신듯!
여기서부터는 전시회의 자세한 내부와 작품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번 전시에 관심이 생겨 보러가실 의향이 있는 분들은 조금의 스포일러도 싫다면 이 글을 더이상 읽지마세요! 하지만 스포일러 전혀 상관없고 이미 갔다온 사람의 깨알 감상포인트들을 알고 싶다면 끝까지 읽어주세요. ( •̀ ω •́ )✧
포토존은 세 곳 정도 있고 포토존마다 친구와 둘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작품 하나하나 흘려보는 것 없이 집중해서 관람했는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어요. 저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전시였지만 저와 같은 시간대에 계셨던 분들 중에 전시 내내 불만을 가지고 보시는 분도 계셨어요.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맨 처음 보게 된 작품. 스카치테이프를 보고 회전초밥집을 떠올렸다는게 참신하지않나요? 이렇게 보면 그냥 흔한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상상에 그친걸 이렇게 구현해내기도 쉽지 않다는 점! 생각보다 사람이 훨씬 크기가 작고 정교해서 이걸 어떻게 다 만들고 칠했을까 감탄했어요.
이 작품은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놀랐어요. 이렇게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작품을 실물로 보다니... 이래서 저는 무조건 원화전시만 간답니다.
어떻게 이런 메인보드? 컴퓨터 부품을 보고 모내기를 생각할 수 있는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려과 그걸 실현해내는 감각에 전시회 내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바보처럼 감탄사만 내뱉고 다녔답니다. 우와~ 신기하다~ 아마 옆에서 누군가 저희를 봤다면 동네바보인줄 알았을거예요. ㅋㅋ
미니어처 라이프 감상포인트 1. 센스있는 작품명과 초월번역
왼쪽의 작품은 제목이 "숨겨진 명곡을 발굴합니다" 이고 오른쪽은 "봄빛으로 갈아입고"인데요. 정말 재치있지 않나요? 어떻게 원제를 뛰어넘는 번역으로 감동을 주는지. 이번에 번역맡으신분 보너스 단단히 챙겨드려야해요. 멋진 번역 덕분에 감상이 배로 풍부해졌어요.
"한정된 물을 소중히 사용합시다"
와... 일본어를 모르니 원제가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병에 담긴 물을 한정된 물이라 표현한데서 이마를 탁 쳤답니다. 평소에도 과몰입이 좀 심한편이긴한데 이건 진짜 과몰입할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저는 제가 한국인이고 한국어 발화자라는게 너무 자랑스러울만큼 이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는게 감사했어요. 특히 저 성의없는 영어번역과 비교되어 그런지 더더욱 언어가 가진 힘을 느꼈답니다.
"정말 흡수가 빠른 놈이다!"
미쳤습니까 휴먼? 타츠야 타나카씨도 정말 센스있는 작명을 하시지만 번역가님... 후... 이거는 꼭 감상을 남겨야겠다 싶어서 올려요. 이건 널리 알려야해!
"나 이제 큰일났음메~"
이런 귀여운 제목도 있답니다. 소들이 우주선으로 납치당하는 장면을 유리컵과 스테인레스 그릇으로 표현했어요. 정말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들로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다니. 작가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한가봐요. 기막힌 아이디어가 매일 샘솟는 삶. 우리 어렸을 땐 참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기도 벅차요. 이런 순수성을 간직하고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 타나카 타츠야가 더 대단해보여요.
"테이프가 빨리 닳는 이유는 헬리콥터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건 영어로 번역되어 있는 걸 보고나면 한국어 번역가가 얼마나 열일했는지 알 수 있어요. "STATIONER'S HELICOPTER" 끝.
미니어처 라이프 감상포인트 2. 액자 속에 숨은 작은 친구들
볼트나사를 보고 자이로드롭을 생각하다니.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놀이공원의 모습이 마치 실제 사진인듯 착각을 일으켜요. 이렇게 사진 앞에 작가가 직접 만든 미니어처가 실물로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요. 모든 실제 작품을 한국으로 가져오기 쉽지 않았겠죠? 그래서 사진만 있는 액자 속에 귀여운 작은 친구들이 숨어있더라고요!
스키를 타다 넘어진 미니어처부터
시침핀 풍선을 들고 있는 사람과 펭귄 두마리 q(≧▽≦q)
너무 귀엽지 않나요? 작은 친구들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숨어있을지 살펴보는것도 또다른 재미가 되었어요. 여기저기 숨어있는 앙증맞은 피규어들을 보며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답니다.
미니어처 라이프 감상포인트 3. 한국을 위한 특별한 작품
원래는 신칸센행 열차인데 서울역이라고 이름을 바꿔서 전시했더라고요! 실물로 움직이는 빵모양 열차예요. Vehicle 파트에서 들어가자마자 비내리는듯한 물소리가 나서 배경음악이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 열차 소리더라고요. 소스그릇을 건물처럼 세워놓은것도 너무 귀여워요!
얘는 김치나무인데 왜이리 슈니발렌이 생각나는지ㅋㅋ 김치슈니발렌이라며 친구랑 낄낄대고 놀았어요. 한국에서 열린 전시만을 위해서 만든 작품이라는데 꽤 감동이더라고요. 작가가 살아있으면(?) 이런 감동도 있네요. 맨날 고전미술전시만 보러가서 항상 작가에 대해서 딱딱하게 역사적 사실로만 접했는데 이런 동시대에 살고 있는 작가의 예술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제 꿀팁에 대한 설명은 거두절미하고, 모두 다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더 좋았던 작품들과 저만의 감상을 풀어보려고 해요. 아마 갔다오신 분들이면 공감하실 수도 있고 아니 뭐 그렇게까지 싶으실수도 있지만 주접 한번 떨어보겠습니다. ㅋㅋ
제가 이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들을 비틀어 또다른 존재로 탈바꿈시키는 추상미술을 좋아하는데 이 작가가 그런 표현에 뛰어나서 이 전시가 특히나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오선지는 트랙이 되고 음표들은 허들로, 두터운 책에 꽂힌 인덱스 스티커들은 암벽등반으로 변했어요. 이런 위트있는 작품을 생각해내는 힘과 이걸 구상한대로 사진에 담아내는 능력은 아무나 따라하지 못할 거예요. 보니까 사진 구도도 잘 잡고 색감을 쓰는 능력도 뛰어나고... 자신의 머릿속에 담긴 걸 끄집어 내서 남들이 납득할 만한 피사체로 구현한다는게 쉽지 않잖아요. 그저 머릿속 망상이나 될 뻔한 것들을 이렇게 작품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게 그 능력이 너무 부럽더라고요.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성실성도 본받고 싶고요.
이 작품은 주방도구들로 놀이공원(디즈니랜드)을 만들었는데요. 튀김채반으로 대관람차를 만들고 양념통으로 성을 만든게 너무 센스있더라고요. 디즈니랜드하면 성이니까. 이 작가의 동심덕에 저도 잠깐 어릴적으로 돌아가 저녁을 기다리며 식기를 두드리던 때를 떠올렸어요. 숟가락이 제트기가 되고 젓가락이 거대한 성문이나 다리로, 접시들은 비행하고 접시 위에 담긴 음식은 내가 지켜야할 백성이 되던 그 시절의 제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져있어요. 이걸 보고 눈물이 났다면 주책일까요? 너무 행복했어요. 행복해서 눈물이 날 뻔 했어요.
이 작품은 제목이 너무 귀여워서 잊을 수가 없었어요. 전시회 메인테마이기도 하고. 제목이 "구름와상"이에요. 크로와상이 구름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닌다니 한국의 구름빵 생각도 났어요. 제가 어릴 때 좋아하던 그림책이거든요.
이 작품의 제목은 "봄빛으로 갈아끼우다"인데요. 하... 진짜 제목도 제목이지만 발상부터가 대단하지 않나요? 벚꽃이 피는 모습을 분홍색 단추를 새로 끼우는것처럼 표현하고 그걸 봄빛으로 갈아입다고 말하다니요. 참신하다못해 이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솟아오르는건지 작가를 잡아다 회유와 협박을 통해 알아내고 싶을 정도예요. 타나카씨 밤길 조심하세요. 치면 나야...
문방구에서 천원도 안 하는 수첩을 휴양지의 해변으로, 다이소에서 천원에 파는 수세미블럭을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대양으로... 감탄이 안 멈춰서 감탄소년단으로 데뷔할 뻔
이건 제 최애 작품이에요.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작품이라고 말할만큼 좋아요. 제 방 벽에 걸고싶어요. 옥수수로켓이 날아가는데 밑에 불이 나와서 뜨거우니까, 연기가 이는 모습을 팝콘으로 표현한게 너무 마음에 들어요. 누가 좀 사줬으면 좋겠어요... 전시 끝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너무 많으니 기념품 좀 사가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게 없더라고요. 엽서는 오염방지재질로 되어있어선지 빛반사를 너무 안 되게 해놓아서 별로였고 다른 건 너무 비싸서 못 샀어요. இ௰இ
저는 제가 우주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할만큼 광할하고 어두운 우주를 무서워하거든요. 근데 저 우주를 좋아했나봐요. 제 베스트작품 세개가 모두 우주와 관련된 작품이네요. 여러 테마가 있었지만 우주 부분에서 너무 좋았거든요. 특히 마지막 작품은 요즘 민트초코가 좋아져선지 더 인상깊더라고요. 지구를 푸른별이라고 부르기도 하니까 민트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쓴 것도, 색채대비가 뚜렷해서 그래픽같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옥수수로켓만큼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피사의 사탑을 소스그릇을 여러개 겹쳐서 기울여서 표현했어요. 저런 소스그릇은 제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소스그릇인데 밖에난 홈들이 마치 고대건축물 같은 느낌을 주네요. 뷔페같은데서 저렇게 쌓여있으면 탑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문득 지나친 생각을 작품으로 마주하니 묘한 감동이 일어요.
이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일단 제목부터 "인간에 의해 빼앗긴 동물의 영토"이고 우리가 입맛대로 환경을 이용해먹는 동안 동물들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게다가 그들을 몰아넣고서는 구경까지 하는 모습에 스스로 소름이 돋기도 했어요.
이밖에도 감탄하며 본 작품들이 많지만 그것은 전시회에서 직접 보시길 바라며 체력이 소진된 관계로 글을 마무리지으려고 해요. 포스트를 위해 편집해둔 사진들이 더 있는데 나중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서 공개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오랜만의 문화생활에 들떠서 흥분한 상태로 글을 썼더니 여러모로 힘이 드네요...(;´д`)ゞ
다음에 가게 될 전시회도 후기를 남길 예정이니 궁금하시다면 블로그 구독하시고 소식받아보세요!
그럼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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