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experience/도전 challenge

2023 국가직 9급 공무원 채용 필기시험 응시 후기

dinersourfizz 2023. 4. 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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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아니므로 응시직렬은 밝히지 않을 것이다. 

합격을 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 글은 말 그대로 국가직 공무원 필기시험을 본 후기다.

시험장의 분위기나 체계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1. 시험실 입실 마감 전 (오전 8:00~9:20)

 나는 항상 시험만 보면 시험실이 꼭대기층만 걸린다. 이름 때문인가? 덕분에 아침부터 가볍게 유산소 해주고 교실에 두 번째로 일찍 도착했다. 이미 와 있던 사람하고 정적 속에 있으려니까 좀 숨막히... 진 않고 각자 공부하던 거 보느라 바쁘다.

 이번에 한국사 공부를 상대적으로 제일 못 했어서 한국사 요약집하고, A4 용지 한 장에 직접 정리한 선택과목 키워드 노트 가져갔다. 그래서 그것만 한 시간 내내 읽었다. 한국사를 읽는 게 국어, 영어 문제 푸는데도 워밍업이 되어서 좋은 것 같다. 한국사는 흐름이 있는 과목이라 독해지문 풀기 전에 도움이 많이 된다. 괜히 글감 가져갔다가 시험 직전에 독해가 안 돼서 멘붕이 오느니 한국사랑 선택과목 요약만 읽는 게 낫다고 본다. 시험장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이 직전에 영어 단어 외우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장은 8시부터 입실이 가능하며 9시 20분까지는 입실을 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들어올 수 없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들 알아서 시험 보기 전에 인사처 홈페이지에서 직접 공고를 찾아볼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수험생 전체에게 공지되는 유의사항보다 개인적 경험 위주로 기술하려고 한다. 

 

 시험실에 들어가면 일단 응시자의 절반은 안 온다. 그래서 공시의 진정한 경쟁률을 따지기 어려운 것이다. 허수가 빠져도 응시자의 과반수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온 사람 중에 한 두 명은 꼭 아슬아슬하게 들어온다. 제 시간 안에만 들어오면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 년에 한 번뿐인 시험이다 보니 긴장도 될 거고 머리도 아침이라 굳어있을 테니 웬만하면 여유 있게 도착해서 워밍업을 시켜주는 게 좋다. 일찍 와서 내 시험장이 맞는지 확인하고 준비물이 다 있는지 확인도 해야지, 컴퓨터사인펜이나 수정테이프를 깜빡하고 놓고 왔다든가 신분증이 없다든가 하더라도 대처할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당황스러운 상황을 최대한 피하는 게 좋지 않은가. 나는 보통 물 마시는 시간도 정해놓고 마셨다. 화장실 갈 타이밍을 만들기 위해서 물을 마시는 시간도 양도 정해서 마신다. 평소에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급한 일이 생길까 불안해하는 성격이라면 물을 조절해서 마시기를 추천한다.

 또한 시험장에 오면 꼭 시험장을 살펴봐야 한다. 무엇을 살펴야 하냐면 일단 시험장의 구조도 파악해야 하고, 화장실의 위치도 알아둬야 한다. 그럴 일이 없어야 하지만 지진이나 화재 시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응시자가 처음 와보는 곳이기에 감독관의 지시에 따른다 하더라도 허둥댈 수 있다. 미리 건물의 구조를 파악해 어디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는지를 알아둬야 시험 끝나고 나갈 때도 헤매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실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건 인간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기회다. 왜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니 시험 중간에 뭐라도 지린 것 같지만 그러진 않았고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를 할 수 있는 만큼은 확실히 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걱정이 많아서 준비를 많이 하는 성격이다.

 

 

2. 시험실 입실 마감 후 ~ 시험 시작 전 (오전 9:20~10:00)

 감독관은 13분쯤에 입실해서 시험실 전반적인 관리를 하고 시험 안내 준비를 한다. 개인물품은 전부 교실 앞쪽에 놓고 시험을 봐야 한다. 아마 시험 시간 20~30분 전에 다 집어넣으라고 했던 것 같다. 응시표, 신분증, 컴퓨터사인펜, 수정테이프, 샤프나 볼펜같이 문제 풀 때 필요한 필기구, 지우개, 물 빼고는 다 가방에 넣어서 앞으로 갖다 놓아야 한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어떤 남성분은 교문 앞에서 나눠주던 초콜릿을 굳이 시험 내내 까먹더라. 그 100분을 못 참아서 쩝쩝대면서 초콜릿을 먹어야 할까? 소리 안 내고 녹여먹는 것도 아니고... 포장지 부스럭거리는 것도 그렇고 감독관이 제지도 안 해서 진짜 짜증 났다. 시험 보면서 앞에 방귀 뀌는 놈도  봤지만 정말... 오늘도 역대급이었다. 전국에서 오다 보니 별의별 놈이 다 있다. 이 초콜릿을 먹던 남성분은 심지어 시험 전에는 끊임없이 콧물을 삼켜댔다. 시험 볼 때도 저럴까 봐 너무 걱정됐는데 다행히 코를 풀고 와서는 다시는 그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콧물이랑 초콜릿을 같이 먹는 소리를 듣느니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을 것이다.

 휴대전화는 전원을 꺼서 가방에 넣으면 되고 시험 보는 동안 소지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휴대전화를 안 가져올 필요는 없다. 보호자와 동행하더라도 시험장 학교 앞은 차가 많아서 복잡하기 때문에 연락을 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미아가 되고 싶지 않다면 꼭... 전화를 가져오시길.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목격한 게 많아서 그렇다.

 

3. 시험 시작 ~ 끝 (오전 10:00~11:40) 

 국가직 시험은 각 20문제씩 총 100문제를 100분 안에 풀어내야 한다. 당연히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고 100분 동안 알아서 시간분배를 하면서 문제를 풀면 된다. 그러니 시험 보기 전에 꼭 기출이나 예상 문제를 시간을 재고 푸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 문제당 1분 안에 풀어도 다 못 푼다. 왜냐면 시험 보는 동안 감독관이 본인확인을 하러 돌아다닌다. 자신의 자리가 뒤쪽이라면 시험에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감독관에게 얼굴과 응시표와 신분증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얼마나 집중이 깨지는 일이란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시간까지 감안해서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결국 실전 훈련만이 답이다.

 나는 손목시계를 차고 가지 않았는데 시계는 정말 필수품이다. 교실의 시계가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계속 교실 앞에 놓인 시계를 쳐다보랴, 시험지 읽으랴 바쁘기 때문에 손목시계는 정말 정말 필수다. 

 그리고 집중을 깨뜨리는 것이 감독관만 있는 게 아니다. 내 주변의 응시자들 중에도 빌런이 많다. 나도 누군가에겐 빌런이었을 수도 있다. 앞에도 말했듯이 자기 시험 포기했다고 남들 방해하는 사람도 있고, 평소 습관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있다. 평소에 남성분이 앞뒤자리에 앉으면 숨소리도 너무 크고 행동도 산만해서 시험 보는 내내 예민해졌는데, 오늘 내 앞뒤에는 여성분이라 괜찮겠다 싶었다. 근데 앞자리에 앉은 분이 시험 내내 허리를 비틀며 뚝뚝 소리를 내더라. 아니... 진기명기는 나가서 하시지 왜 지금... 디스크도 아니고 디스코도 아니고 왜 허리로 연주를 하실까. 그래도 이분은 소름은 좀 끼쳤지 짜증까지는 안 났다. 

 암튼 시험 외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고 시험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면, 국가직은 시험지가 책처럼 묶음으로 되어있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서 시험문제의 순서를 책형에 따라 다르게 배치해서 배부한다. 책형은 가, 나, 다, 라, 마 5가지이고 내가 받은 책형은 번호의 중복이 심해서 문제 풀 때 멘탈이 좀 흔들릴 뻔했다. 나중에 가채점해 보니까 역시나 특정 번호가 연속인 게 맞더라. 괜히 흔들려서 고쳤으면 크게 후회했을 것이다. 시험에는 약간의 대담함도 필요한 것 같다. 내가 고른 게 정답일 거라는 확신이 없더라도 헷갈릴 때는 처음에 고른 게 거의 다 정답이니까 고쳐선 안 된다. 

 시험이 종료되고 퇴실하기 까지 오래 걸린다. 안전을 위해 층별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꼭대기층인 나는 제일 마지막에 나올 수 있었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서 하나의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에 몹시 후련했다. 그리고 이제 시험 좀 그만 보고 싶다. 너무 지겹다. 한능검도 그렇고 토익도 그렇고 시험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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