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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journal/고찰 thought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by dinersourfizz 2023.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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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다들 한 번씩은 의사나 변호사를 꿈꾼다. 그게 자발적이든 아니든 간에 자식 입으로 의사나 변호사를 말하는 순간 부모의 얼굴은 수백 개의 조명을 켠 듯이 환해진다. 부모의 그 환한 얼굴을 보노라면 어떤 자식이든 그렇게 되리라고 마음을 먹게 된다. 의사나 변호사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맹목적으로 해야 하는 목표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중간에 다른 꿈을 꾸게 되면 그게 마치 악몽처럼 느껴진다. '이건 꿈일 뿐이야.' '꿈에서 벗어나야 해.' 사실 진짜 악몽은 원하지도 않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인데, 어릴 때는 그걸 모른다. 심지어 부모마저도 그런 꿈을 꿨다고 하면 그건 악몽일 뿐이라며 늘 좋은 꿈을 꾸길 바란다. 

 

 그렇다면 좋은 꿈이란 무엇일까? 부모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식, 본인 스스로 생각했을 때 좋은 꿈이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은 직업일까? 꿈이 곧 직업인가? 직업을 가지면 꿈이 끝나는 것일까?

 

이 수많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답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솔직하게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 이걸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 그것은 바로 인플루언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내가 하고 있는 것만 해도 세 개다. 물론 인스타그램은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방치 중이지만 언제라도 인스타를 통해 활동할 계획이 있다. 공부를 하는 것을 올려도 좋겠고, 아니면 소소한 일상을 감성을 듬뿍 담아 찍어도 좋겠지. 내 취향의 공간을 만들면 누구든 한 번쯤은 구경을 오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속셈도 있다. 유튜브는 2020년도의 끝자락부터 꾸준히 올리고 있으나 번듯한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자주 올리면 한 달에 한 번씩 올리니까 채널이 성장하지 못하고 20여 명의 구독자에서 고전 중이다. 구독자의 절반은 지인이고 열명 남짓 모르는 사람들이 구독을 해주고 있다. 영상은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다들 수익을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 나처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업로드 주기도 영상 콘텐츠도 주인장 마음대로다. 사실 유혹의 손길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암만 취미로 한다 해도 조회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지. 결국 자본으로 움직이는 게 사람 아니던가. 다꾸나 방 꾸미기 콘텐츠에 주력을 해야 하나 싶다가도 내가 진심으로 즐기지를 못하니 금세 시들해지고 만다. 그러면 결과물도 당연히 만족스럽지가 않고. 당분간은 계속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나갈 예정이다. 블로그는 이렇게 생각나는 게 있을 때마다 기록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딱히 내세울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정보를 공유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할 것 같다. 그래,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건 아주 잘 알겠다. 그러나 이런 것들로 내가 먹고살만한 돈을 벌 수 있을까? 내 취향은 너무나 마이너고 셀카 몇 장으로 광고를 얻기엔 잘난 외모를 갖지 못했다. 

 

 이제 하고 싶은 건 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내가 하고 싶든 아니든 간에 해야만 하는 일. 마치 숙명처럼 느껴지는 일. 그것은 바로 공부다. 특별히 머리가 좋다기엔 평범한 편이고 명문대학에 진학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공부 말고는 다른 분야는 더욱더 평범한 재능을 가졌기에 머리 쓰는 일밖에 할 수가 없다. 그나마 이중에서는 가성비가 있는 게 공부니까. 예체능을 할 거면 공부로 유학을 갈 정도로 예술은 돈이 많이 들고 아웃풋도 안 좋다.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는 계층 사다리를 건널 필요는 없고 그냥 버틸 수 있으면 된다. 버티는 방법은 무리하게 투자를 하지 않고 손실을 최소화한 다음에 가능한 선에서 최대의 이익을 내면 된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지금 준비하는 공무원 시험을 수년에 걸치지 않고 1년 안에 합격한 다음에 바로 발령을 내서 월급을 받고 살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 가성비가 넘치는 꿈을 이룰 수가 있다. 하지만 이 꿈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남의 꿈을 꾸고 있다. 공무원이란 직업은 내가 원한 게 아니라 사회가 권한 것이다. 어떻게 꿈이 공무원이 될 수 있을까? 평생에 걸쳐하고 싶은 것이 공무원이라니. 국가와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온다는 공무원? 월급에서 투명하게 세금을 떼어 나중에 돌려받는 공무원? 이보다 좋은 직업이 없다는데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처럼 하고 싶은 것에만 목을 멜 순 없다. 이러다간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엄마가 봐온 사주에도 나는 나랏일을 한다는데. 이 운명을 거부한다면 나는 사회부적응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하면 좋을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그토록 하기 싫은 공무원을 안 할 수만 있다면...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답하자면 없다는 게 내 답이다. 하고 싶은 게 없다. 자신이 없다. 무엇이든 하고 싶지가 않다. 책임을 지고 싶지가 않다. 돈은 벌고 싶다. 돈 쓸 데가 많으니까. 돈이 필요하니까.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돈만 받고 싶다. 누구는 월 300만 원 있는 백수보다 월 500만 원 직장인이 낫다는데 그건 200만 원 더 주니까 하는 말이고. 둘이 바꿔서 월 500 백수랑 월 300 직장인 중에 고르라 하면 당연히 백수가 되리라고 말할 텐데. 왜냐하면 백수라 해서 마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는 게 아니니까.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지 않고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런 백수라고 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경제적인 부담 없이 하고 싶은 일... 지금 떠오르는 건 하고 싶은 '공부'뿐이다. 마음껏 읽고 싶던 책을 읽고 싶다거나 여러 방면으로 교양을 쌓고 싶다. 지금 다니는 대학이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더 좋은 대학을 다시 다녀보고 싶기도 하다. 또한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되니까 여행을 다녀보고 싶기도 하고. 요즘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그걸 콘텐츠로 잘 만들어서 돈을 버니까 나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어 진다. 어떻게 하면 그런 백수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도 무리가 없으려면 애초에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나? 질문은 질문을 낳고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나 그냥 돈 많은 백수 시켜주라. 

 

 이 고민들의 결론은 내 꿈은 돈 많은 백수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힘겹지 않을 정도로만 에너지 소비를 하고, 사회적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내 몸 하나 건사할 만큼의 돈은 있어서 궁핍하지 않은 삶... 이 꿈을 해몽하면 이렇다. 나는 지금 매일 힘들고, 인간관계에 지쳤고, 돈도 없고, 여유도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감히 꿈을 꾸기도 버겁다는 말이다.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라죽을 것이다. 한 때는 푸르렀던 나의 유년시절을 위해서라도 어른인 내가 더 이상 망가지면 안 된다. 일단 문제를 발견했으니 고치면 된다. 고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어떤 문제라도 원인은 존재한다. 원인이 존재하면 해결방법도 존재한다. 원인을 없애면 되니까. 나에게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다. 갑자기 다른 것을 시작하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서 어느 정도 가로등을 켜놔야 길이 보일 것이다. 일단 시험공부에 정진하자. 그리고 직접 일을 해보면서 직장생활도 겪어보고, 돈도 벌어보고, 혼자 살아보면서 내가 어떤 인간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그다음에는 화끈하게 때려치우자. 나란 인간의 꿈을 찾아보자.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모은 목돈과 함께 떠나자. 여행을 다니든 유학을 가든 더 큰 물에서 놀자. 나란 개구리는 우물도 아닌 어항 속 개구리라서. 바깥에 보이는 건 많으니 겁도 많고 자꾸 세상 밖을 나가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새는 알을 깨고 나와야 새이듯이 나 또한 어항을 깨고 나와야 개구리가 아닌 사람이 된다. 

 

 일단 몇 개월만 참고 올해 있을 시험에 집중할 것이다. 떨어지더라도 흘린 땀은 내게 자양분이 될 것이다. 공무원, 내가 해봤는데 어렵더라. 공무원, 내가 해봤는데 할 만하더라. 어떤 것이든지 좋은 경험이 될 테니 열심히 해보자. 되고 나서 정말 못해먹겠으면 호주로 훌쩍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자. 그렇게 유학 자금을 모아서 유학을 떠나자. 해야 되는 공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나는 이런 것도 해낸 사람이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나 자신을 믿어보는 계기를 만들자. 그렇게 다 해보고, 다 겪어보고, 늙어서는 돈 많은 백수가 되어 지겹도록 놀아보자. 확실히 글을 쓰다 보니 내 미래의 청사진이 그려지는 것 같다. 그래, 나는 아직 너무나 젊고 앞길이 창창하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 내 앞에 놓인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매일이 기회고 매 순간이 희망이다. 살아보자. 잘도 아니고 열심히도 아니고 그냥 살아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매일 걷다 보면 내 꿈에 가까워지겠지. 꿈과 얼핏 비슷한 순간을 겪겠지. 아니면 걸어온 길이 곧 내가 그린 꿈의 청사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기 암시를 걸자. 일단 살아보자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살아보자고. 나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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