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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experience/도전 challenge

제6회 교보손글씨대회 참여수기

by dinersourfizz 2020.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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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선도 하지 못해서 참여에 그쳤으나 손글씨대회라는-요즘 시대에 역행하는-특이한 대회에 도전한 것에 의의를 두고 이 수기를 남긴다. 워낙 이 나라에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입선만 해도 대박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똑 떨어졌다. 그래서 아마 다음 대회에는 참여를 하지 않을 것 같다. 1년 사이에 글씨가 바뀌지 않을 것이며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우울한 시국에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필사할 구절을 고르고 몇번 연습을 한 뒤에 글씨를 정성껏 적어낼 일이 많지는 않으니까.

 요즘 패션부터 인테리어까지 뉴트로 열풍이다. 그 시대를 향유하던 사람들부터 겪어본 적은 없지만 90년대 문화에 '힙'함을 느끼는 10대들까지 모두 아날로그를 찾는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그 전화에는 모두 좋은 성능의 카메라가 내장되어있지만, 좋은 핸드폰을 놔두고 굳이 필름카메라를 사고, 사진을 찍기 위해 필름을 끼우고, 찍은 사진을 사진관에 맡겨서 인화하는 수고로움을 겪는다. 필름카메라 촬영의 결과물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모든 행위가 바로 요즘 다들 미쳐있는 '감성'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손일기를 매일 쓰고 있으며 카페를 가지 않고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신다. 바쁜 일상 속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현대인의 욕망이다. 쓰잘데기없는 짓, 시간낭비라 평가절하 당하던 일들이 이제는 행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된다. 편리한 것은 감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일까? 한국인들이 노동에 중독되어서? 아니다. 노는 것이 죄악이 되는 시대에 유행이라는 명목으로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복고의 물결 속에서 교보문고의 손글씨대회는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와 같이 현실에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문화 콘텐츠가 앞으로 더 많아지길 바란다.   

 

 제6회 교보손글씨대회 참여작:  한강의 <소년이 온다> 필사

 

필사한 책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사실을 바라보게 한다.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중에 가장 인상깊은 구절을 필사했다.

이 부분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 시절 광주에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하는 고통이다.

독자는 책을 덮으면 고통에서 벗어나지만 그때 그 광주에 있던 사람들은 아직도 고통에서 살고 있다.

고작 40년된 일이다. 현재에도 진행중인 역사다.

그들을 고통에서 구원하진 못해도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흉터가 없으니 거짓이라고 매도하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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