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사소화(trivialization)의 방식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 또는 인종, 성적 지향, 장애, 계층 등 다양한 근거에서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때에, 그것은 ‘사소한 것’이라고 부정한다.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희생’한다거나 또는 전쟁, 환경, 통일 문제 등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성차별같이‘사소한 문제’는 덮으라고 한다.
둘째, 특수화(particularization)의 방식이다.
가부장제적 남성중심주의로 인한 성차별 문제는 매우 ‘특수한’ 경우에만 나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21세기에 성차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어떤 ‘특별한’ 정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라며 성차별문제를 부정한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와 같이 ‘미개한’ 사회에서만 일어난다고 보든지, 또는 여성에게 신부 서품이나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종교들에서만 일어난다고 하면서 다양한 얼굴의 차별 문제를 보지 않으려 한다.
셋째, 보편화(universalization)의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구체적인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고, 인류보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다.
보편화를 통한 구체적인 정황에서의 특정한 차별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를 할 때,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는 보편주의적서사를 동원하여 구체적인 차별 정황에 무관심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넷째, 영성화(spiritualization)의 방식이다.
이 방식은 주로 종교집단 안에서 이루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서 신은 인간을 모두 평등하게 창조했지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정신적, 영적’으로 모두 평등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이 다른것일 뿐이지 그것이 ‘차별’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여자는 ‘집 안’인 사적영역에서, 남자는 ‘집 밖’인 공적영역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신이 내린 질서라고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역할 분담은 적절한 것이며 여자와 남자 사이에는 본질적인 역할규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주장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렇게 네 가지 방식을 통해 성차별 문제를 중요하게 보지 않으려고 하거나, 성차별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이러한 네 가지 방식은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에 의해서도 사용되곤 한다.
여성도 가부장제의 가치를 내면화하기 때문이다.
- 강남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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