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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impression/전시회 exhibition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전시 관람 후기

by dinersourfizz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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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역에서 지하도로 바로 갈 수 있다.

지하도도 예쁘고 깔끔하게 잘해놓고

공항처럼 무빙워크도 해놓아서 편하고 좋다.

 

 

 

 

 본관을 들를 필요 없이 바로 기획전시실로 가면 된다.

기획전시실 밖에 있는 티켓 부스에서 현장 예매하거나,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해서 키오스크로 발권하면 된다.

혼란 방지와 코로나 방역을 위해 시간대를 나눠서 관람 인원을 조절하니 예약한 시간대에 꼭 맞춰서 도착해야 한다.

 

 우리는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의 날에 예약을 해서 반값으로 관람을 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는 돈을 더 내더라도 사람이 없는 날 가야겠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좀 오래 여유롭게 감상하고 싶은데 사람에 밀려서 내가 원하지 않아도 계속 걸어야 한다. 

 

 게다가 전시회는 줄 서서 관람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너무 당연하게 새치기를 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한 그림에 몰려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알아서 기다려야지... 눈치가 없는 건지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다시는 문화의 날에 인기 있는 전시회를 보러 가지 않을 거다. 문화의 날에는 영화나 봐야지. 

 

 

 

 

 

 

 

 

 

 

 

 

 

 

언제 봐도 멋진 국중박의 전경.

거울못이 왜 거울못인가 했더니

날이 맑으면 거울처럼 연못에 박물관이 비친다고 해서

거울 연못이었다.

연못 아래쪽에 외국인들이 엄청 많았는데

대부분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있었다.

짜식들 좋은 건 알아가지고.

 

 

 

 

 

 

원래는 이번 겨울에 런던 여행을 가기로 해서

런던 가면 내셔널갤러리를 직접 갈 수 있으니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오자고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행이 취소 돼서

이 전시회를 보고 오길 잘한 게 됐다.

 

원화 전시이긴 해도 더 유명한 작품이나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작품은 없어서

영국 가면 공짠데 굳이 돈 내고 보러 갔나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 되었네.

 

 


 

 

 

전시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부터

인상 깊었던 것들 위주로 소개해보겠다.

 

신화에 대한 묘사가 많지만

중세동안 기독교적 관념에 사로잡혀 도태되어 있던 미술이

기술적으로 부흥하던 시기라 좋아하는 시대다.

 

 

 

 

 

이 작품의 제목은 겁탈당한 가니메데 The Rape of Ganymede

다미아노 마차 Damiano Mazza 의 작품이다.

 

그런데 사진에 비상구 표시가 비쳐서 찍혀버렸다.ㅠ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가니메데가 납치를 당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납치하는 독수리는 제우스가 변한 모습.

납치된 가니메데는 올림푸스 신들의 시중을 들게 되었다고 한다.

차라리 목동으로 사는 게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지랄 맞은 신들 성격을 어떻게 맞추나.

차라리 말 못 하는 양치고 소 모는 게 낫지.

 

 

 

 

설명에 주피터라고 되어있어서 순간 누구지 했는데

주피터가 제우스의 영어 이름이다.

영국에서 건너와서 그런지

그리스로마신화 속 주인공 이름이 다 영어식 표현으로 쓰여있다.

 

 

 

 

 

 

머큐리, 큐피드와 함께 있는 비너스 (사랑의 가르침) Venus with Mercury and Cupid (The School of Love)

코레조 Correggio 의 작품이다.

 

비너스는 우리가 아프로디테로 알고 있는 사랑과 미의 신이다.

머큐리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다.

큐피드는 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한 사랑의 신 에로스다.

큐피드의 화살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도구로 유명한데

큐피드가 바로 비너스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너스와 큐피드는 모자지간이니 그렇다 치고,

머큐리는 그 둘 사이에 왜 있나 싶었다.

찾아보니 그건 바로 머큐리가 큐피드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정말 혼란스러운 개족보 그리스로마신화...

비너스와 머큐리, 즉 아프로디테와 헤르메스는 연인관계였다.

 

그러나 이것도 정확한 신화적 사실은 아니다.

학자들과 미술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데

보통 그림 속에서 헤르메스가 아버지로서

어린 에로스를 가르치는 구도로 많이 묘사가 된다.

 

이 그림이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신화 속 내용보다 원래의 그림을 말끔히 고친 회화적 기술 때문이다.

그림 속의 비너스는 원래는 큐피드를 바라봤지만

지금은 우리와 눈이 마주치는 자세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캔버스에서 바로 그림을 고치는 방식은

유화 기법에 능숙한 베네치아 화가들의 특징이다.

 

사실 자세히 보면 살짝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피렌체는

다른 양상을 띠며 발전했는데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금융 중심지로서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지금도 미술사에 빠져서는 안 될 거장들을 배출했다.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이 피렌체에서 활동했으며

달걀노른자와 안료를 섞어 만든 템페라 물감을 주로 사용했다.

 

갓 칠한 회벽(프레스코)이나 나무판에 칠하는

템페라 물감은 빨리 마르기 때문에 한 번 고치면 어려웠다. 

그래서 화가들은 처음부터 정확한 설계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했기에

선과 구성을 강조한 '디세뇨'를 중시했다고 한다.

디세뇨는 우리가 익히 아는 데생, 즉 소묘이다.

밑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틀렸을 때 수정이 힘들기 때문에

기초를 제대로 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베네치아는 해상 무역이 발달해

북유럽에서 발명한 기름과 안료를 섞은 유화 물감이 유행했는데

유화 물감은 천천히 마르기 때문에

캔버스 위에서 색을 덧바르거나 섞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강렬한 색채와 풍부한 질감, 섬세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위에 그림 또한

베네치아에서 그런 유화 물감을 사용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인 (루치아 알바니 아보가드로 백작부인 추정, 붉은 옷을 입은 여인) Portrait of a Lady, perhaps Contessa Lucia Albani Avogadro ('La Dama in Rosso')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 Giovanni Battista Moroni 의 작품

 

새틴 드레스의 질감과 색감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모로니는 이탈리아 북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였고

귀족들의 전신 초상화를 그리며

호화로운 복식을 우아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보좌에 앉은 성모자와 네 천사 The Virgin and Child Enthroned, with Four Angels

퀸텐 마시스 Quentin Metsy 의 작품

 

마시스는 벨기에의 화가이다.

아기 예수가 차고 있는 목걸이가

붉은 산호로 만들어져 나중에 그가 흘릴 피를 상징한다.

그 암시적 표현이 너무 끔찍해서 인상 깊었다.

 

또한 음각기법처럼 음영표현이 되어있어서

그림이 아닌 조각 같은 느낌이 난다.

 

 

 

 

 

 

 

 

 

어린 공주 (덴마크의 도로테아 추정) A Young Princess (Dorothea of Denmark?)

얀 호사르트 Jan Gossaert (Jean Gossart) 의 작품

 

소녀가 들고 있는 혼천의는 거꾸로 되어있고,

오른손 손가락으로는 혼천의의 바깥고리를 가르키고 있는데

도로테아가 가리키는 곳이 바로 덴마크라고 한다.

도로테아의 아버지 크리스티안 2세가 다스렸던 곳이라고.

혼천의를 거꾸로 들고 있는 것은 집안 사정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혼천의 중간에 있는 두꺼운 고리에는

작가의 이름을 섞어서 글자를 새겨놓았는데

그 당시에는 작품 속에 다양한 의미를 숨겨 놓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사진이 너무 왜곡되게 찍혀서

수평을 맞춰보았는데

오히려 왜곡이 더 심해진듯...

 

 

 


 

 

 

 

여기까지가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이다.

르네상스 시대는 신항로가 개척되고 과학이 발달하자

유럽인들은 그 확장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인도와 아메리카 대륙 등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대항해시대를 열었고,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부유한 상인자본가들이 생겨났다.

 

르네상스 시기가 14~16세기니까

우리나라는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였다. 

이때부터 서구열강과 차이가 벌어지던 때라

참으로 아쉽고 유럽놈들이 부럽다.

 

17세기로 들어서면서 유럽 교회들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가톨릭 국가에서는 교회를 개혁하려고 바로크 미술을 통해

사람들의 신앙심을 높이려 했다.

바로크 미술은 절대왕권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었다.

 

반면에 프로테스탄트(로마 가톨릭에서 벗어난 기독교 분파)

중심이었던 북유럽에서는

그림 속 이미지를 숭배하는 것을 걱정해 종교 미술을 거부하고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화가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Boy bitten by a Lizard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Caravaggio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작품

 

손가락을 물린 소년의 표정이 압권이다.

하필 가운데 손가락을 물린 것도 웃기다.

 

이 인상적인 얼굴 묘사에는 사실 숨겨진 의미가 있다.

짧은 감각적 쾌락 뒤에 숨어 있는

예상치 못한 고통을 은유한 것이라고 한다.

소년의 귀에 꽂힌 장미와 꽃병의 꽃은

곧 시들어 사라질 덧없는 것을 의미한다.

 

 

 

 

 

카라바조는 정물을 그리는 게

인물을 그리는 것만큼 재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자연을 직접 관찰해서 그리는 것을 중요시 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이 그림처럼

정물화나 일상의 장면을 그렸지만

후기에는 감정적이고 극적인 종교화들을 전문적으로 그리게 된다.

 

카라바조는 원래 이름이 미켈란젤로지만

고향 마을의 이름을 따서 카라바조라고 불렸다. 

내가 아는 그 미켈란젤로의 본명인 줄 알았는데

아예 다른 사람이고

카라바조는 성격이 안 좋고 사람도 죽인 범죄자였다. 

 

 

 

바로크 회화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역동적인 구성, 선명한 색채, 강렬한 감정 표현이 특징이다.

카라바조는 평범한 인물이 밝은 빛을 받아

존재감을 드러내는 새로운 양식을 사용했는데,

내용을 쉽고 단순하게 전달하는 '카라바조 양식'을 유행시켰다.

 

17세기 이탈리에는 유럽 전역에서

화가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프랑스 화가 푸생과 클로드 로랭은

고전적이고 이상화된 풍경화를 그렸는데,

같은 시기 북유럽에서는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풍경화가 유행했다.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작품을 보자.

비 온 뒤의 인왕산, 정선

 

그러하다.

 

 

 


 

 

 

독일의 종교개혁 이후로 가톨릭 교회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술을 통해 신앙심을 높이고자 하였는데

그 결과 전달하려는 내용이 확실하고 사실적이며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력 있는 그림을 선호했다.

특히 참회 의식인 고해성사나 명상 등의

개인적인 종교 활동을 권장했기에

기도하는 성모나 참회하는 성인을 많이 그렸다고 한다.

(모든 설명은 전시회를 참고함) 

 

 

 

 

기도하는 성모 The Virgin in Prayer

사소페라토 (조반니 바티스타 살비) Sassoferrato (Giovanni Battista Salvi) 의 작품

 

화가의 별명인 사소페라토는 화가의 고향 이름이다.

카라바조도 그렇고 화가의 별명을 고향으로 부르면

책임감이 꽤나 막중했겠다.

아니면 그만큼 유명해서 그 지역을 대표하던가.

 

이 그림은 특별한 것보다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파란색 표현에 울트라마린을 사용했는데,

울트라마린은 금보다 귀한 안료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는 귀한 청금석으로 만든다고 한다.

울트라마린은 성모의 옷을 그릴 때 많이 사용되었다.

금보다 비싼 안료를 사용한 이유는

그만큼 그림을 후원한 사람이 돈이 많고

그림 속 인물을 공경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성 마리아 막달레나 Saint Mary Magdalene

귀도 레니 Guido Reni 의 작품

 

성 마리아 막달레나는 신약성서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그리스도의 제자 중 한 명이다.

서유럽 회화에서 대부분 쾌락을 거부하고

참회하며 그리스도를 섬기기로 결심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웩.

 

참회하는 막달레나는 17세기에 자주 그려졌는데

이는 가톨릭 개혁 시기에 교회에서

참회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당시 가톨릭 교회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주제로 감동적인 종교화를 그려

프로테스탄트 교회로 가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고자 했다.

 

결국 고객 유치를 위한 고도의 마케팅이라는 소리.

 

 

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세속적인 이유가 있다.

귀도 레니와 그 제자들은

성 마리아 막달레나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도박에 빠져 빚쟁이가 된 귀도 레니에게

성 마리아 막달레나는 아주 좋은 채무 변제 도구가 되었다.

 

 

 

 

 

 

4원소: 불 The Four Elements: Fire

요아힘 베케라르 Joachim Beuckelaer 의 작품

 

요아힘의 4원소 그림 중에

불과 물만이 전시되어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 중에 <불>이다.

 

일상적인 장면에 종교적인 주제를 담았는데

그림 속에는 주제가 되는 원소와 관련된 생산물들이 그려져 있다.

 

<불>에서 그림 속 여성들은 불에 구울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손질 된 고기덩어리들이 꽤나 사실적이라 놀랍다.

 

 

 

 

4원소: 물 The Four Elements: Water

 

<물>은 말그대로 물이라서 물고기들,

즉 생선들이 그려져있다.

물고기들이 방금이라도 펄떡이며 그림 밖으로 나올 것 같이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이다.

 

 

 

 

 

강풍 속 네덜란드 배와 작은 배들 A Dutch Ship and Other Small Vessels in a String Breese

빌럼 판 더 펠더 Willem van de Velde 

 

 

 

안뜰에서 음악 모임 A Musical Party in a Courtyard

피터르 더 호흐 Pieter de Hooch

 

 

그 밖에 마음에 들었던 그림 두 개.

 

 


 

 

 

 

17세기 후반 계몽주의가 널리 퍼지면서

사람의 이성이 갖는 힘을 중시하였다.

그동안 절대적이던 교회와 국가의 권위가 위협 받게 되고

18세기에 들어 절대 왕정이 쇠락하면서

교회의 힘은 약화되었다.

신과 왕의 권위를 두려워하던 사람들은

점차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관심을 두게 되고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이러한 변화는 가속화되었다.

 

 

신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점점 '나'로서 직접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게

이 전시회의 흐름을 따라 관람하다보니

확 체감이 되면서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베네치아 카나레조 입구Venice: Entrance to the Cannaregio

카날레토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 Canaletto (Giovanni Antonio Canal) 의 작품

 

그랜드 투어가 유행한 시기에

이탈리아에 여행 온 영국인들은

오늘날 기념품으로 그림엽서를 사듯

카날레토의 풍경화를 구입했다고 한다.

 

전시회 다 보고 기념품 가게에서

이 그림의 엽서와 공책 등을 팔았는데

갖고 싶었지만 미니멀리스트라 참았다.

물욕이 강하지만 욕심과 물질을 비워내는 중이라 힘들다...ㅠ

 

 

 

 

 

 

베네치아 카스텔로의 산 피에트로 Venice: San Pietro in Castello

카날레토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 Canaletto (Giovanni Antonio Canal) 의 작품

 

 

 

18세기에는 그랜드 투어가 유행했는데

그랜드 투어는 부유층 집안의 젊은이들이

엘리트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써 유럽,

특히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문화 현상을 이른다.

 

사람들은 여행 중에 예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그림들은 여행을 갔던 사람들의 경험과 추억을 담은

기념사진 또는 기념품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진기가 없던 시절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존 스튜어트 경과 동생 버너드 스튜어트 경 Lord John Stuart and his Brother, Lord Bernard Stuart

안톤 반 다이크 Anthony Van Dyck 의 작품

 

자라 모델 포즈같아서 웃겼던 그림.

 

둘 다 생긴 게 딱 부잣집 아들래미들 같다.

위에 점잖은 사람이 형일까 동생일까?

나름 그림 그린다니까

제일 멋져보이는 자세로 있었겠지.

이런 거 보면 옛날사람들도

우리랑 크게 다를 것 없이 똑같은 사람이다.

 

 

 

 

 

 

 

 

 

 

 

 

여인 (마담 드 글레옹 추정) Portrait of a Lady

장 바티스트 그뢰즈 Jean-Baptiste Greuze 의 작품

 

한 눈에 반해버린 그림.

너무 에쁘다.

머리가 하얗게 샌 건데 왜 어려보일까.

은발에 가까운 금발인걸까?

하늘색 드레스를 좋아하는데

머리 장식도 그렇고 다 너무 예쁘다.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Dona Isabel de Porcel

프란시스코 데 고야 Francisco de Goya 의 작품

 

그가 입은 옷은 전통적으로 낮은 계급 여성인 마하(maja)의 복식이지만,

19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스페인의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이 그림이 유명한 이유는

이미 그림을 그린 캔버스 위에

새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X선 촬영으로 분석한 결과

원래 남자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바니시를 바르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그림을 완성하지 않고

뒤엎고 새로 그렸을 가능성이 있다.

 

 

 

 

 

 

 

 

 


 

 

 

 

 

작품들 중간에 이런 미디어 전시실이 있었는데

빈 그림액자가 걸려있고

여기를 바탕으로 빔으로 영상이 쏘아진다.

 

 

 

 

이렇게 비어있던 액자가

영상 속 그림이 걸려진 액자가 된다!

기발하고 멋지다.

 

 

 

 

이 빈 액자는 이렇게 동굴의 통로를 보여주는 문이 되기도 한다.

 

영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1824년에 문을 열었다.

런던에서 왕실과 귀족만이 아닌 영국 국민 모두를 위해

누구라도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미술관이다.

내셔널갤러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폭격을 피해 유물을 대피시킨 상황에서도

'한 점 전시회'를 개최하며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다음에 런던 여행을 가게 되면

이 미술관에서만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탈리아 회화 위주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구역부터는 이제 영국의 그림 위주로 나온다.

 

18-19세기의 영국은 명예혁명 이후

정치적 안정과 해외 식민지배,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써글놈들 ㅗ

 

이 시기 영국에서 특히 유행한 그림은

초상화와 풍경화이다.

초상화의 수요가 중산층까지 넓어졌고

19세기 중엽 사진이 발명될 때까지

그림은 개인의 삶을 기억하는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또한 앞서 보았듯 그랜드 투어에 이어 여행이 유행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중요시 하는 낭만주의가 전해지면서

영국은 19세기 중엽에 풍경화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로버트 퍼거슨과 로널드 퍼거슨 (활 쏘는 사람들) Robert Ferguson of Raith and Lieutenant-General Sir Ronald Ferguson (The Archers)

헨리 레이번 Sir Henry Raeburn 의 작품

 

19세기 영국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자 유산세가 생겼다.

처음에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죽기 전에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20세기 중반에 유산세를 재산증여세로 바꾸면서

세금을 피할 수 없도록 했다.

엄청난 세금을 내게 된 부자들은

가지고 있던 미술 작품을 팔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들이 다른 나라로 팔려나갔고,

국민들이 돈을 모아 그 작품을 다시 사오는 일도 있었다.

.... 미친거 아냐?

영국 정부는 문화재나 미술품이 다른 나라로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문화재와 미술품 등을 세금 대신 받는 제도를 만들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야기... 큼큼...

 

 

 

 

 

찰스 윌리엄 램튼 (레드 보이) Portrait of Charles William Lampton ('The Red Boy')

토머스 로렌스 Sir Thomas Lawrence 의 작품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 소년의 그림이라

한국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작품.

13살의 나이에 결핵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아버지인 존 램튼도 상당한 미모를 가졌다.

아버지 또한 결핵으로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미인박명이 맞나보다.

 

 

 

 

 

그림 앞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있다.

거진 아이돌 팬싸같은 분위기다.

 

 

 

 

 

 

 

성 우르술라의 출항 Seaport with the Embarkation of Saint Ursula

클로드 로랭 Claude Lorrain 의 작품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The Partung of Hero and Leander - from the Greek of Musaeus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의 작품

 

 

 

그리스 신화의 헤로와 레안드로스 이야기를 그린 그림.

비너스의 사제인 헤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헬레스폰트 해협의 도시 세스토스에서 살았다.

그는 해협의 동쪽에 사는 레안드로스와 사랑에 빠졌고,

매일 밤 그를 보려고 바다를 헤엄쳐 오는

레안드로스를 위해 등불을 들었다.

어느 날, 바람에 등불이 꺼져 레안드로스가 바다에서 죽자 헤로 역시 죽음을 택한다.

 

비극적인 이야기처럼

암벽에 부서지는 파도가 마치

거센 물살에 휩쓸리는 사람들 같아서 섬뜩했다.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Stratford Mill

존 컨스터블 John Constable 의 작품

 

컨스터블은 자연을 깊이 관찰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자연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 프랑스 바르비종 화파나

낭만주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으며,

빛에 대한 관심을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빛의 색채 표현이 아름다워서

인상주의풍 그림을 좋아하는데

이 화가가 그 인상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니!

 

 

 

 

~ 갑작스러운 관람 에티켓 설명 ~

 

이렇게 그림을 너무 가까이서 볼 경우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꼭 거리를 두고 감상할 것.

이 분 진짜 눈이 안 좋은 건지

그려진 선을 넘어서 들어가서

계속 그림에 거의 들어갈 듯이 가까이 가던데

직원이 안 말려서 너무 불편했다.

일단 사진마다 이 사람이 찍히는 건 기본이고

감상 자체를 할 수 없게 정말 오랫동안 이러고 서 있다...

하... 진짜....

속 터져서 그냥 이 분 앞으로 가서 봤다.

 

 

 

 


 

 

 

 

 

 

인상주의 전시실로 들어가는 길에

이렇게 영상전시실이 있다.

수면 위에 빛이 일렁이며 하나의 그림을 보는 듯 아름답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등장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산업혁명으로 근대화된 도시의 변화된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사진이 등장하면서 화가는 대상을 그대로 묘사할 필요가 없어졌고,

튜브 물감의 발명으로 야외 작업이 가능해졌다.

인상주의자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색채를 그리고자 했다.

 

이제 화가는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이며,

회화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한 현실 속 순간을 주관적으로 표현했다.

인간과 자연으로 향하던 화가의 시선은

점차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세계를 넘어 화가의 내면으로 향하게 된다.

(위 설명은 모두 전시회에 있던 것)

 

 

 

 

 

와인잔 Wineglasses

존 싱어 사전트 John Singer Sargent 의 작품

 

빛 표현이 너무 좋다.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Corner of a Cafe-Concert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의 작품

 

뭔가 삶에 찌들어 있는 표정이

나 알바할 때 생각나서 공감이 많이 갔다.

 

마네는 맥주잔을 여러 개 들고도 흘리지 않는

종업원의 솜씨에 감탄해서 모델이 되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종업원은 자신의 보호자도 함께 가서

돈을 받는 조건으로 마네의 제안을 수락했는데,

그림 속 파란 셔츠를 입고 담배를 피우는 남성이 그의 보호자이다.

 

 

 

 

 

카페 콩세르는 19세기 프랑스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담배와 술을 즐기고

대화를 나누며 가벼운 노래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의 복합 문화 공간같은 분위기였을 듯.

 

당시 파리는 나폴레옹 3세의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계획에 따라

중세의 비좁은 골목길과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공원과 광장을 새롭게 지었다.

확장된 도로를 따라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고

밤에는 가로등이 빛나는 화려한 근대 도시로 변모했다.

전통적 공연장소인 오페라나 발레 극장이

좌석에 따라 입장료가 달랐던 것에 비해

카페 콩세르는 입장료 차이가 없어서

중산층뿐 아니라 소시민이나 노동자도 한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는

평등하고 근대적인 공간이었다고 한다.

 

 

 

 

 

 

 

붓꽃 The Path through the Iries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의 작품

 

당시 프랑스 화단을 주도하던 미술 아카데미에서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보다 역사화가 중요한 장르로 인정받았으며,

정확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하는 완성도 높은 그림을 강조했다.

빛과 색채의 순간적 효과에 집중한 인상주의 작품은

사람들에 덜 완성된, 대충 그린 그림처럼 여겨졌다.

아카데미가 주관한 살롱전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은

그들만의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모네, 르누아르, 드가, 시슬레 등이 참여한 인상주의 전시회는

1874년부터 1886년까지 총 8차례 열렸다.

'인상주의'라는 말은 제1회 전시회에서

모네의 <해돋이: 인상>을 본 비평가가 그 전시회에 참여한 미술가들을

'인상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자신들을 비난하던 단어가 자신들의 상징이 되고,

미술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니.

이래서 예술이 재밌는 것 같다.

 

 

 

 

 

 

나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던데

같은 동기, 다른 실력...

예체능 잘 하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전시회 마지막에 있던 글을 인용해서

전체적인 감상을 남겨보자면

 

지금까지 유럽의 거장들이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그린 명화들을 보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서서히 줄어들고,

사람에 대한 관심은 커진다.

무엇보다도 그림은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단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해 간다.

이는 그림에 나타난 변화이기 이전에

그림이 그려진 시대를 반영한 것이다.

 

오늘날 예술을 만나는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우리는 자유롭게 예술을 창작하고, 감상하고, 평가한다.

특별한 존재가 독점한 수단에서

모두를 위한 예술로 변화하는 과정의 끝에 우리도 함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사람을 향해 가는 화가의 시선을 따라

예술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함께하셨기를 바란다.

 

그래서 전시회의 제목이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인가 보다.

어떻게 우리가 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한 호흡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끝나고 기념품 가게 구경은 전시회의 필수 코스.

사고 싶은 엽서가 많았지만 짐을 비우고 있어서 참았다.

내년에는 외국을 누비며 살고 싶기에...

꼭 런던도 한 달 이상 머물면서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 길고 길었던 포스팅 끝!

다음엔 어떤 전시회를 보러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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