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콩불 맛있다는 말에
친구와 함께 가보았다.
이게 얼마만이햐~
중딩이던 우리가 벌써 20대햐~
중학생 때 갔다가 매운맛에 호되게 당하고
그 뒤로 한 번도 안 갔다가
요즘에는 맵기 조절도 되고 세트로도 판대서
뭔가 기분이 요상했다...
동네 맛집이랑 같이 큰 기분이랄까?
사장님이 시대 흐름에 맞춰서 변화도 꾀하고,
그러면서 맛도 유지하시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기본 반찬 3가지, 공깃밥과 미역국.
미역국 시원하고 감칠맛이 끝내준다.
맵고 짠 콩불 먹다가 개운하게 입가심하기 좋다.
우리가 시킨 것은 고기사리세트.
치즈 넣는 건 안 좋아해서 뺄 수 있냐고 여쭤봤는데
두 분이나 여쭤봐도 돌아오는 건 동문서답...
아마 그냥 치즈 빼달라고 했으면 됐는데
치즈 대신 공깃밥이랑 우동사리 둘 다 할 수 있냐고 물어봐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시키고
치즈 나왔을 때 그냥 빼달라고 했는데
사장님이 앞으로는 미리 말하라고 혼냈음...ㅠ
미리 말했는데 못 알아들으시던데용...ㅠㅠ
그래도 치즈 이미 시킨 건 재활용 절대 안 한다고
눈앞에서 다 버리시는 거 보고
철저하고 단호하신 모습에 신뢰감이 확 올라갔다.
실제로 오래된 식당인데 위생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치즈 없는 고기추가세트가 없다 보니
한식에 치즈 싫어파 인간은 애매해진다.
치즈 없는 고기세트 만들어주세용...
현란한 손놀림으로 볶아주신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직접 해주셔서 넘 편함.
근데 불판 앞에 앉으면 다 튀니까 옆으로 앉아야 한다.
그래도 튀어서 앞치마 필수!
가게에 앞치마 있으니까 꼭 입고 먹기.
밝은 옷을 피하는 것도 좋겠다.
오랜만에 먹었는데
그때는 맛있어도 너무 매워서
이게 뭔 맛인지도 모르게 먹느라 힘들었다면
이제는 맵찔이도 맘 편히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더 맛있어진 것 같다!
맛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긴 하지만
여기는 양념도 맛있다구요~
다 먹어갈 때쯤 볶음밥 시켜서 먹었는데
너무 배불러서 다 못 먹었다.
은근 양이 많은 듯.
하긴 공깃밥 하나 다 먹고
볶음밥 먹으려니까 배부를 수밖에.
어쨌든 너무나 아쉬워!!!
나는 음식을 먹다가 남기면
밤에 그게 자꾸 생각나고 죄책감이 드는 사람이라...
이제는 그동안 배불러도 억지로 먹느라
버려버린 몸에 대한 죄책감을
더 느끼자고 고치려고 노력 중인데
그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살짝 아른거려서
아무래도 조만간 또 가서 먹어줘야 할 것 같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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