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형식으로 써보는 여행기록.
개인적인 감상은 본명조, 여행팁과 중요한 정보는 본고딕R체
로 써서 구분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여름에 처음으로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주 어릴 때 동생 빼고 넷이서 일본은 갔어도 다섯이서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아예 처음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나름 학업에 힘쓰느라...ㅋ 가까운 동남아는 커녕 오로지 국내로만 다녔었다. 우리집이 큰집이라 명절에는 더더욱 어디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박혀있었다. 그랬더니 이렇게 다 커서, 삼남매가 모두 성인이 되어서야 다같이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동안에 부모님이 우리의 사교육을 위해서 아끼고 투자해왔던 돈이 삼남매의 연이은 입시 실패로 돌아왔다. 그돈을 모두 여행에 썼으면 지금쯤 항공 마일리지가 얼마냐며 우리는 회한했다. 차라리 당장의 행복을 위해 썼다면 추억이라도 남았을텐데. 우리는 돈을 길바닥에 버린 것만 같아 슬퍼졌다. 그래서 더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부모님께 해외여행을 제안했다. 물론 아직 돈을 벌지 못해서 우리가 보내드릴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우리가족끼리만 여행을 가고 싶었다.
엄마아빠는 흔쾌히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올해를 시작으로 해외여행의 포문을 열기로 했다. 일년에 최소 한 번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단다. 그 처음을 가족여행으로 끊고, 앞으로는 돈을 낸 자식만 여행에 끼워주기로 했다. 더이상 투자해봤자 원금조차 되돌려 받지 못할거라 생각했는지 효도관광을 보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을테니 하루 빨리 취업해서 나가라고 했다. 우리집에 새로운 막이 올랐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곧 우리집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고 모두가 짐작할 수 있었기에 다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결심했다.
여행을 계획하기에 앞서 이건 절대 자유여행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언니와 나는 강력하게 패키지여행을 주장했고, 안전제일주의인 엄마 또한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다. 아빠랑 남동생은 별 생각 없어보였다. 당연히 이런 일은 딸들이 주도를 하기 때문에 두 남자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면 다행이었다. 벌써부터 난관이 예상되었다.
여러 여행사들을 비교해보았는데, 인터파크는 인솔자와 현지 가이드마다 후기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일정이 너무나 빡빡해서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숙소 후기가 너무 안 좋고 코로나동안 새롭게 올라온 후기가 적어서 믿을 만한 정보가 없다고 느껴졌다. 모두투어나 노랑풍선도 묘하게 하나씩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다. 일정에 쇼핑이 있다든지, 선택관광이 많다든지, 일정이 빡세든지.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여행사는 하나투어였다. 패키지여행사 중에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첫 여행에 불안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가장 큰 회사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했다. 가족여행으로는 패키지가 최고인 것 같다. 특히 50대 이상의 어른이 있는 가족은 꼭 패키지 필수다. 이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후기에서 다시 세세히 설명드리겠다.
여름은 성수기니까 적어도 5월까지는 예약을 해야 마감이 안 된다. 우리는 4월쯤에 예약했다.
같은 하나투어라도 상품에 따라서 여행이 달라지는데, 일단 가격을 차치하더라도 선택관광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눌러보면 중간에 선택관광이 많아서 일정 내내 이거 할 건지 말 건지 가족들과 의논해야 될 게 뻔해 골치가 아팠다. 그냥 시키는 대로 단순하게 걱정없이 다니고 싶어서 선택관광, 팁, 쇼핑 없는 상품을 골랐다. 그랬더니 인당 50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허허... 우리는 다섯이라 총 2,500은 넘게 든 것이다. 집안 거덜 날 뻔 했다.
이미 많은 돈을 냈는데 여행에 필요하더라도 엄마한테 이것저것 사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다. 그래서 캐리어를 포함해서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거의 다 내가 샀다. 직장인 언니도 있는데 굳이 알바나 하는 학생 신분으로 왜 사서 고생을 하냐 싶을 수도 있지만 돈이 많아도 그런 걸 선뜻 말못하는 게 둘째 특성이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369
캐리어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위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여행다닐 때도 쓰려고 화끈하게 29인치로 샀다. 다들 너무 큰 거 아니냐고 했지만 공용짐을 다 내 캐리어에 때려박아서 자기들 짐이 얼마 없었다는 걸...^^ 나중에라도 알고 고마워했지만 여행 내내 내 캐리어 잘 안들어줘서 힘들었다. 근데 어차피 나 혼자 여행 다닐때는 내가 다 해야하는 것들이니까 미리 예행연습했다고 치지 뭐.
여행가서 입을 옷을 추려보고, 여행갈 때만 입어서 평소엔 자주 안 입는데 사진을 많이 찍어서 입고 싶지 않은 옷이 좀 많았다. 그래서 다 당근과 헌옷수거함으로 처분하고 폭풍 쇼핑을 하고 싶었으나, 신발을 두 개나 사는 바람에 옷은 따로 사지 않기로 했다. 최대한 입던 옷을 활용해서... 미니멀리스트적으로 여행하기...ㅎ 그냥 거지였다.
엄마랑 다이소가서 쇼핑도 했다. 다이소에 파는 핸드폰 분실방지용 줄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쿠팡에서 따로 샀는데 애초에 그러지 말고 그냥 캠핑용품 중에서 클립형태로 된 고리를 사면 튼튼하고 더 좋을 것 같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40
다이소 여행템 추천 글을 참고해주세요.
이렇게 여행 가기 몇 달 전부터 정보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서 가족 단톡방 공지에 적어두었다. 엄빠는 이런 거에 서툴고, 언니가 직장 다니느라 바빠서 나밖에 할 사람 없었다..ㅠ
패키지 신청해놓고 신청한 상품이 뭔지도 기억 못 하고 페이지도 못 찾아서 좀 읽기라도 하라고 상단에 써뒀는데 매번 어디로 들어가냐고 물어보고 아빠랑 동생은 한 번도 안 읽었다.^^ 죽여 살려...
항공권 정보도 중요한 게 패키지여행을 가더라도 회원번호만 등록하면 마일리지가 쌓인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한항공 가입해서 마일리지를 쌓는거였다. 그래서 다들 기간 내로 회원가입하게 만들고 회원번호 일일이 적으라고 따로 공지 만들고... 아주 유치원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숙소가 이틀 전부터 확정돼서 후보로 2~3개씩 써 있는 걸 일일이 후기를 찾아서 숙소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면 좀 보라고 다 정리해뒀다. 근데 엄마랑 언니 말고는 또 안 봄...^^ 내 생각에 남자란 종자들은 살면서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을 일이 적어서 그런지 숙소나 화장실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지를 않는다. 그냥 몸만 누울 수 있으면 좋은 숙소고 온수 잘 나오면 좋은 화장실이라고 생각하는 듯.
나는 예민해서 캠핑도 싫어하고 계획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모든 정보를 확인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여행지에 대한 모든 지식을 미리 다 공부해갔다. 왜 버스로 두 시간이 걸리는 지, 중간에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도 미리 다 알아봤다. 변수가 생긴다면 그 변수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서 계획을 여러 갈래로 짠다.
가족들이 뭘 챙겨야 할 지 감을 못 잡길래 아예 가이드라인도 만들어드렸다. 언니가 변태라고 부를만큼 정리벽이 심해서 이런 거 다 정리하고 계획해야 마음이 편하다.
공통적으로 챙겨야하는 것들은 일단 여자들끼리 의논하고 언제 어디서 살지도 정해놓고 목록을 짠 다음에 사왔다. 그 다음에 남자들이 이런 거는 필요 없냐고 물어볼 때마다 "응, 이미 다 사놨어."하고 방어했다.
다들 개인 짐을 전혀 안 싸길래 내가 여행 중에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일일이 알려줘야만 했다. 그래야 여행가서 뭘 놓고 왔네, 뭘 괜히 들고 왔네 이런 말을 안 들을 수 있다.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것과, 들고 타야만 하는 것. 위탁에 보낼 수 있는 것과, 보내야만 하는 것의 차이도 설명하기 위해서 애썼다. 배터리는 터지니까 무조건 가지고 타라. 전자기기라고 다 갖고 타는 거 아니고 배터리가 내장되어있는 게 아니면 위탁수화물로 보내라. 새삼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웠다.
비상약은 아무래도 엄마가 엄마다 보니 알아서 챙기셨고, 부피가 큰 비상식량이나 간식은 내 캐리어가 가장 커서 내가 챙기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패키지는 하루에 한 번은 한식이나 일식을 주기 때문에 컵라면을 많이 가져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배탈이 날 경우에 먹을 누룽지는 꼭 챙기면 좋을 것 같다. 누룽지가 현지식 질릴 때 먹기도 좋다.
준비물 외에도 일정에 맞는 옷차림까지 정리했다. 다들 날씨는 안 찾아보고 요즘 유럽이 여름 기온이 40도네, 에어컨이 없네, 그늘 가면 춥네, 이런 카더라만 믿길래 날마다 날씨가 어떤지 찾아보고 그 장소에 가면 드레스코드가 있는지 일일이 찾아서 정리했다. 가끔 성당같이 종교적인 장소에서는 반소매나 반바지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 꼭 미리 알아봐야한다.
기내는 늘 춥기 때문에 여름이라도 절대 반소매 티셔츠만 입어선 안 된다. 꼭 외투를 캐리어에 넣지 않고 소지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다른 가족들은 괜찮은데 동생이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해서 걱정이 많았다. 비행기 멀미라든지, 배탈이라든지 다 한 번씩은 겪어보는데 아예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더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용 포션을 사러 들른 약국에서 졸리지 않는 멀미약을 하나 사봤다. 먹진 못했는데 요즘엔 카페인이 들어간 멀미약이 나와서 이동할 때 먹어도 여행하는 동안 졸리지 않다고 한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혹시 같은 여행 일정이라 정보를 얻기 위해 이 글을 읽게 되었다면 사진의 내용을 참고해서, 또는 사진을 다운로드 받아서 일행에게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라고 올린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정리해놓으니까 이미 여행을 다녀온 듯 기가 빨려서 몸져 눕고 싶더라.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이정도로는 안 할 텐데 가족들이 당황하면 덩달아 당황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렇게 안 하는게 더 힘들었다.
이 공지는 여행가서 다 반박 당한 것들이라 꼭 적고 싶었다. 마지막에 패키지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후기를 남길 때 정리해볼까 했는데 그냥 미리 얘기 해주고 싶다. 저 항목들은 계획 단계에서 나름대로 여행에 대해 예상했던 것들인데, 막상 가보니 다 헛다리 짚은 거였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첫번째로, 인솔자가 다 가이드를 하는 것은 맞는데 현지 가이드가 동행하는 구간이 있다.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관람할 때 그러하다. 그 외에 이동하거나 일반적인 곳을 관광할 때는 인솔자만이 동행한다. 현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두번째, 오르세 미술관은 가지 못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만약에 못 가게 되면 오르세 미술관에 가는 것인데 교묘하고 애매하게 적어놓더라. 마치 하루에 모든 곳을 다 가볼 것처럼 써놓았다. 그리고 변수가 생기면 일정이 막 바뀌기도 한다. 오늘은 샹제리제 거리를 가기로 했는데 갑자기 다음날로 미뤄진다든가.
세번째,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돗자리 깔고 휴식 절대 못 한다. 일단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 광장보다는 에펠탑 앞에 있는 공원이 피크닉하기 좋다. 물론 그럴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 자유여행이면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패키지여행은 자유시간을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 정도로 준다. 주변에 가고싶은 곳이 있어도 못 가니까 마트나 다녀올 수 있으면 다행이다. 마트 갈 수 있을 때 꼭 기회를 놓치지 말고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네번째, 바티칸은 오래 기다리진 않았지만 너무너무 더웠다. 꼭 생수와 양산, 선글라스, 모자, 손풍기 등을 챙겨 더위 먹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의 로마 밴 투어는 나중에 차차 풀어보기로 하고 이 포스팅은 여기서 마쳐야겠다. 다음 포스팅은 여행 1일차의 내용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일지를 쓰니까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고 너무 재밌당!ㅎㅎ 앞으로도 여행 많이 다니면서 이렇게 블로그에다 여행기를 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