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형식으로 써보는 여행기록.
개인적인 감상은 본명조, 여행팁과 중요한 정보는 본고딕R체
로 써서 구분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5:30
새벽에 걱정으로 잠 못 이루다가 6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 씻고 최종적으로 짐 싸서 나갈 준비 했다. 캐리어에 방수커버 씌우고 벨트도 맸다. (다이소에서 파는 캐리어 벨트는 29인치 캐리어에 가로로만 채울 수 있다.)
쿠팡에서 새벽배송으로 시킨 여행용 전기포트가 7시 전에 온대서 좀 쫄렸다. 앞으로는 고민하지 말고 필요한 건 미리미리 사놔야지. 한 번에 5인분의 물을 끓여야 하는데 접이식 포트는 거의 다 600ml짜리밖에 없어서 새로 안 샀다가, 집에 있던 포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것 같아서 결국 새로 샀다.
https://link.coupang.com/a/bd3esu
위 링크로 구매 시 저에게 소정의 리워드가 지급됩니다.
7:00
집 앞에서 카카오택시 예약해 둔 거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한 시간 좀 덜 걸렸다. 가격도 5인이 공항 리무진 버스 타는 금액과 큰 차이가 없어서 오히려 집 앞에서 짐까지 실어주는 공항택시가 더 좋은 것 같다. 리무진 버스 타려면 우리 동네 지하철역까지 가서 갈아타야 하는데 마을버스에 29인치 캐리어를 이고 지고 할 자신이 없었다.
우리 탑승장은 제2여객터미널에 있었다. 제1터미널과의 거리가 상당해서 놀랐다. 입국장 헷갈려서 잘못 도착하면 꽤 낭패일 것 같다. 택시 예약할 때도 꼭꼭 다시 한번 더 확인하기.
8:00
공항에 도착해서 위탁 수화물부터 부치고 체크인도 미리 했다. 언니가 은행 어플로 환전했던 돈을 인출하고 하나투어 미팅 장소로 갔다. 출국장에 있어서 찾기 쉬웠다. 여행사 데스크가 한 군데에 다 모여있었다.
인솔자분께서 하나투어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나눠주셨다. 그 안에는 우리의 바우처(항공권 예매 내역), 홍삼 스틱, 수신기 등이 들어있다. 수신기는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 수화물로 부치지 않고 기내에 가지고 타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다들 체크인 먼저 하고 와서 수화물을 먼저 부치니 상관은 없지만 혹시나 출석체크 후에 짐 정리하고 체크인하는 분들도 계실 테니 참고하시길.
9:00
일단 가족 모두 배가 고파서, 그렇다고 아예 식당을 가서 식사를 하자니 시간이 애매한지라 간단히 샌드위치나 먹자며 스타벅스에 갔다. 따로 앉아서 식사할 공간은 없고 드라이브스루처럼 포장만 되는 곳이었다.
기프티콘 중에 어떤 건 공항에서 사용이 되길래 그거 보태서 가족들 마실 음료랑 샌드위치를 샀다.
어차피 비행기 타면 1시간 뒤에 바로 기내식이 나오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 아침을 안 먹을 순 없었다. 게다가 면세 쇼핑을 하기로 해서 어느 정도 체력이 필요했다. 보통 해외여행 가기 전에 최후의 식사인 것처럼 공항에서 한식을 먹지만 국적기를 타면 기내식으로 한식이 나오니까 굳이 찾아먹진 않았다. 그리고 여행 내내 하루 한 끼는 한식을 먹어서 필요성을 못 느꼈다. 자유여행이었으면 무조건 한식당에 갔을 것이다.
10:00
시간이 많이 남아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기내 짐을 정리했다. 가방을 새로 사서 거기에 귀중품이나 비행 내내 필요할 물건들을 넣고 나머지는 다른 가방에 넣어 위에 올려두기로 했다. 엄마가 짐이 너무 많다고 나무라셨는데 막상 들어가니까 이것도 부족했다. 게이트 근처에서 미리 용변을 봤다. 비행기 안 화장실을 되도록이면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12:00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 시간이 약간 늦춰져서 좀 오래 대기했다. 왜 늦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대한항공 이용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 예전에 올린 게시물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07
비행기 뜨고 '에에올(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보는데 너무 엽기적이어서 보다 말았다. 나같이 잔인하고 징그러운 것 못 보면 백퍼 취향 아님. 기내식은 출발하고 2시간 뒤에 줬다. 원래는 1시간 뒤부터 주는데 우리가 꼬리칸ㅎ에 타고 있어서 늦게 받은 듯. 낙지덮밥은 그냥 그랬다. 기내가 너무 좁고 늦게 받고 빨리 걷어가서 다급하게 먹느라 힘들었다. 얼른 성공해서 비즈니스 타야지...
'미니언즈' 보다가 졸려서 '테일러 스위프트' '러버' 앨범 전곡 다운로드 받아온 거 들으면서 잤다. 예전에 동유럽 갔을 때는 '알렉 벤자민' 앨범 두 개 통째로 들으면서 잤다. 그래서 노래만 들으면 그때 여행하던 생각이 나서 이번에도 테마 앨범을 정했다. 곡 선정은 좀 잔잔해서 잠을 깨우지 않으면서도 비행기의 시끄러운 소음들을 가릴 수 있는 노래들로 정했다.
일어나서 설민석쌤 그리스 로마 신화 강연 5시간짜리 영상 좀 보다가 살짝 멀미가 나려고 해서 '명탐정 포켓몬' 틀어서 봤는데 유치한 게 딱 내 취향. 재밌게 봤다.
그러다가 간식을 줘서 먹는 데 주먹밥은 주먹을 부르는 맛이었고 샌드위치는 그냥 그랬다. 배부르고 맛없어서 남겼다.
간식 먹고 다음으로는 '헤어스프레이'를 봤다. 뮤지컬 영화래서 흔한 하이틴이려니 했는데 나름의 인권운동 한 스푼을 담았다. 근데 백인이 허락한 흑인인권운동 느낌.
옆자리에 한프 다문화가정으로 보이는 가족이 탔는데 어린아이가 자꾸 나보고 배시시 웃어서 너무 귀여웠다. 아기를 좋아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같이 웃어주고 장난쳤더니 아이가 아예 우리 쪽으로 계속 오고 싶어 했다.ㅋㅋ 장난꾸러기 웃음을 보니 윌리엄이 생각나더라. 그 어린아이가 열네 시간을 타고 가려니 얼마나 힘들까. 부모님이 열심히 케어하던데 정말 고생 많이 한다 싶었다. 사실 아기가 칭얼댄다 싶으면 무조건 문쪽으로 가서 달래고 조용히 시키는 것뿐이었는데 이마저도 안 하는 부모가 많으니... 모든 부모가 이만큼만 해도 사람들이 비행기에 아기가 타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 텐데. 애도 걱정과 달리 잘 이겨냈다. 수고했어!
도착하기 2~3시간 전에 저녁으로 토마토 펜네 파스타를 먹었다. 대한항공은 정말 기내식이 맛없는 것 같다. 비즈니스도 이럴까? 이말년의 비즈니스 후기 영상을 보고 난 후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졌다. 피쉬 오아 비프~?!
비행기에서 아 이거 가져올 걸, 하고 후회했던 것들이 있어 포함해서 한 바닥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비행기 안에서 필요한 것 | 필요하지 않아도 기내에 가지고 타야하는 것 |
비행기 내려서부터 필요한 것 |
1. 기내가 건조해서 필요한 것들: 미스트(크림미스트 추천), 마스크, 핸드크림, 립밤, 수분크림 2. 기내가 불편해서 필요한 것들: 펌프형 목베개, 물티슈 20매짜리, 소독티슈(기내 개더러움), 클렌징티슈(세수하기에 화장실물 넘 더러움), 내릴 때 쓸 캡모자 3. 기내에서 심심해서 필요한 것들: 젤리나 에너지바 같은 간식(액체류 제외하고 외부음식 반입 가능), 오프라인 재생 가능한 미디어, 줄이어폰, 보조배터리 |
1. 내장형 배터리가 들어간 전자기기: 노트북, 태블릿PC, 보조배터리 등 2. 분실 위험이 있는 귀중품 3. 여권과 같은 신분증 4. 나머지는 항공사 수화물 규정 참고 |
1. 유심칩: 내리기 전에 미리 바꿔 끼우기 2. 핸드폰 도난방지줄: 도 미리 채우기 3. 여권 |
추가로 덧붙이자면 미리 핸드폰에 노래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하여서 나만의 비행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면 좋다.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 중이라 유튜브 뮤직을 이용하는데 유튜브는 국가 간에 재생 가능한 미디어의 제약이 거의 없어서 영상이든 음악이든 자유롭게 다운로드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작품이 아니면 국가마다 시청 가능한 작품이 달라서 재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 다운로드 파일이 핸드폰 메모리만 잡아먹고 삭제도 안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꼭! 해외에서도 볼 수 있는 작품인지 확인한 후 다운로드하여야 한다.
18:30 (현지 기준)
출발이 늦으니 도착도 늦어졌다. 이륙하기 전에 미리 유심을 갈아 끼웠다. 언니가 말톡에서 유심칩 10기가짜리 다섯 개를 주문했다. 우리 가족 하나씩 10기가라서 총 8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가서 직접 써본 결과, 유심이 국가 이동 시에도 잘 터지고 문제가 없었는데, 현지 숙소나 관광지에서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다 보니까 8일 동안 쓰기엔 10기가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나 내가 영상이나 사진을 찍고 드라이브에 백업을 해야 해서 데이터가 많이 필요했다. 자신이 영상파일같이 데이터를 많이 쓰는 작업을 해야 한다면 꼭 하루에 최소 5기가는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좀 넉넉하게 사거나 차라리 와이파이 도시락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가격은 감안해야 한다.
원래 쓰던 유심칩은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므로 귀중품처럼 모셔야 한다. 같이 동봉된 케이스에 끼워서 보관하면 훼손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유심칩은 되도록이면 가지고 있는 게 좋지만 이동 중에 분실할 염려가 든다면 캐리어에 보관했다가 자주자주 확인해 주는 것도 좋다. 여행에서 캐리어를 분실할 일이 비행기에서 수화물 누락되는 일 말고는 거의 없으니까. 강도를 당하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엔 신경 쓸 일이 너무나 많으니 출입국 시에만 가지고 있는 걸로! 땅땅!
20:00 (현지 기준)
무사히 샤를 드 골 공항에 내려서 인솔자님의 안내에 따라 입국심사를 거쳤다. 단체 관광객이라 그런지 공항 직원들도 친절하고 순조롭게 지날 수 있었다. 요즘 자동 입국 심사를 많이 하는데 이게 가능한 국가가 정해져 있다. 그중에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과 일본이 있지만 중국은 없었다.
버스에 타서 인솔자님이 호텔 체크인과 다음 날 일정 등을 안내해 주었다. 출국 전에 뵀을 때는 차갑고 딱딱한 인상이셔서 여행에서도 그런 식일까 봐 걱정했는데 내려서 만나 뵈니 그런 분은 아니었던 걸로. 일부러 처음에는 사무적으로 대하고 점차 아이스 브레이킹하듯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는 것 같았다.
호텔까지는 버스로 15분이 걸렸다. 인솔자님이 체크인을 하는 동안 모두 로비에 앉아서 멍을 때렸다. 아직은 다들 선뜻 말을 걸기보다는 자기 가족, 일행 중심으로 있었다.
수분의 시간 후에 각자 키를 받아 들고 방을 찾아 떠났다. 우리 가족은 여자 셋, 남자 둘이라 방을 따로 써야 했다. 다섯 명이 함께 할 수 없으니 성별로 나눴다. 그 덕에 엄마는 아빠에게서 해방되었지만 아빠는 엄마 없이 지내느라 점점 야위어갔다.ㅋㅋ 아들하고 단 둘이 이렇게 지내보는 게 앞으로 흔치 않을 기회니까 이때를 즐기라면서 엄마는 못내 아쉬워하는 아빠를 들이밀었다.
숙소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밑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12
21:00 (현지 기준)
방에 들어오자마자 쿰쿰한 냄새가 나서 엄마가 환기를 좀 시켜야겠다고 창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나는 베드 버그 때문에 들고 온 벌레 기피제를 먼저 뿌리고 열었으면 좋겠다고, 밖에서 모기가 들어올 거라 했는데 두 사람은 나를 바보 취급을 하면서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 바람에 모기가 신나게 들어와 숨어들었고 우리는 밤새 모기에게 습격을 당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 너무너무 예민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서 첫날부터 힘들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고 우울해지는 성격이라. 한 번 화가 나면 가라앉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숙소 화장실도 너무 열악해서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니까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기껏 비행 내내 참았더니 마음 편히 있어야 할 숙소가 비행기보다 불편해졌다. 게다가 몸에 비행기 냄새, 기내식 냄새가 배어 샤워를 해도 자꾸만 맡아지는 기분이었다.
금방 망가졌던 기내용 슬리퍼. 꼭 튼튼한 슬리퍼로 사오기.
샤워하고 나오니 내가 가장 나중에 씻는다곤 했지만 다들 먼저 수마에 빠져 들어 드라이어로 머리 말리는 게 눈치가 보였다. 불을 최대한 끄고 화장실에서 말리는 데 화장실에 달린 드라이어로 말리려면 하루는 걸릴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나왔다. 대충 말리고 냄새가 나면 내일 아침에 다시 감자고.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정말 융통성이 없고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일부러 더 노출시켜서 강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스트레스받고 힘들었으니 여행을 더 이상 안 가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내가 어떻게 다룰 수 없는 타인들과 함께. 나는 타인에 대한 수용력이 낮고 리더십이 부족하니까 그런 면을 꼭 이번 여행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더 키우고자 마음먹었다.
그렇게 열두 시가 되기도 전에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