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형식으로 써보는 여행기록.
개인적인 감상은 본명조, 여행팁과 중요한 정보는 본고딕R체
로 써서 구분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7:30
모기에 또 물려서 4시에 깼다. 그래도 일찍 자고 지금 일어난 거라 5시간은 푹 잤다. 다시 자고 싶었는데 잠이 안 와서 그냥 눈만 감았는데 6시 반에 알람이 울려서 깼다. 그새 잠이 들긴 들었다. 7시 반까지 아슬아슬하게 내려가서 조식을 먹었더니 먹을 게 없었다. 음식이 비어도 바로바로 안 채워주고 채울 때 한 번에 많이 가져다주지도 않아서 슬펐다.
9:00
원래 계획대로라면 트로카데로 광장에 가는 것이지만 어제 갔으므로 오늘 아침 첫 일정은 개선문을 보러 가는 것이다.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선문이라고 한다. '개선문'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는 봤는데 제대로 본 뜻은 모르겠어서 검색해 보니 공적을 기념할 목적으로 세운 대문 형식의 기념물이라는 뜻이다. 에투알 개선문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가 로마의 티투스 개선문을 보고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이후에 전 세계에 승전 기념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고. 역시 마케팅을 잘하는 프랑스 답다. 로마의 티투스 개선문은 추후에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개선문 앞에 사람이 많았다. 다들 개선문 앞에서 사진 찍는데 바로 앞에서 찍는 게 아니라 건너편에 스팟이 따로 있다. 여기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데 파리시에서 직접 줄을 세우는 게 아니라도 여행객들끼리 암묵적인 줄이 있을 것 아닌가. 근데 중국인들은 역시나 개썅마이웨이로 새치기하며 자기들 사진을 한 장도 아니고 스무 장은 찍는다. 다른 나라에 여행 갔을 때도 이런 식으로 개매너로 구는 사람들은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남들 사진 찍는데 난입해서 비키지도 않고 눈치도 없다. 사진상에 블러처리된 저 사람들이 바로 그 문제의 중국인들... 여행하면서 이런 사람들만 겪다가 누가 중국인으로 착각하면 그렇게 빡칠 수가 없다. 지금 저런 무개념들이랑 나랑 같은 나라사람이라고?! 물론 한국인들도 민폐 쩌는 행동할 때가 많아서 유구무언이다. 아니 이미 다 말해버렸구나. 하하!!!
버스로 이동하면서 찍은 옆모습. 우리는 패키지여행이니까 뮤지엄패스를 따로 안 끊어서 들어가 보진 못했다. 야외 건축물이긴 하지만 지하통로로 입장이 가능하다. 파리의 뮤지엄패스에 에투알 개선문도 포함되어 있으니 패스를 끊었다면 꼭 가보기!
버스로 이동하기 전에 개선문에서 바로 이어지는 곳이 이 샹젤리제 거리다. 거리 풍경은 안 찍고 개인 사진만 찍어서 블로그에 올릴 만한 사진이 없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뻗어있는데 주로 명품브랜드샵이 많다. 나는 일단 돈도 없고 명품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구경만 했다. 돈 많았으면 당연히 한 걸음 1 쇼핑했겠지만 나는 거지니까. 우하하!!!
여기서 자유시간 30분 넘게 줘서 여유 있게 걷고 사진 찍고 놀 수 있었다. 이번이 첫 패키지여행이었는데 중간중간 자유시간도 널널하게 줘서 빡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매일밤 숙소에서 기절함.
10:30
버스 타고 내려서 좀 더 걸으니까 이곳에 왔다. 가는 길에 교회를 지난 걸 봐서는 광장 근처에다가 버스를 댄 듯. 호텔 체크아웃하고 캐리어 다 챙겨서 나온 거라 좀 신경 쓰인다. 누가 봐도 관광버스로 보여서 짐칸 털까 봐 무서웠다. ㅠㅠ 인터넷에서 강도들이 캐리어 막 털어가는 걸 봐서. 그래도 다행히 우리에겐 그런 일이 생기진 않았다.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닌가 보다.
이 거리 기준 왼쪽에 백화점이 있고 오른쪽은 루이비통 건물이 있다. 앞쪽에는 카페인데 현지 가이드님이 맛있다고 추천해 주셨으나 아직 오픈을 안 해서 못 갔다. 일단 이 날 바람도 많이 불고 너무 추웠기 때문에 실내에 들어가고 싶어서 자유시간에 백화점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가이드님이 여기 화장실 무료라고 알려주셔서 거기서 일도 봄. ㅎㅎ 역시 깨끗하고 좋은 화장실은 늘 백화점에 있지요.
입구가 있는 로비층은 문구류나 기념품 위주로 있다. 파리에서 선물 살 때 여기서 사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마음에 드는 게 있었는데 이런 데 돈 쓰는 타입이 아니라 아무것도 못 삼.ㅎ 나는 언제쯤 기념품에 돈을 막 쓸 것인가... 고민하다 안 사고 매번 후회한다.
백화점이다 보니 당연히 프랑스의 유명한 브랜드는 다 모여 있다. 명품 관심 없는 나도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직원들이 아시안이 많아서 신기했다. 나도 언젠가 파리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기 때문에... 외국에서 무얼 하며 먹고살지 고민이 많다.
여긴 레트로 감성이 유행한다기보다 건물 자체가 오래돼서 저절로 빈티지 감성이 난다. 그게 너무 매력적이라 꼭 문화재만 볼 게 아니라 이런 백화점을 구경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이 근처에 쇼핑거리도 있고 퐁뇌프 다리도 있으니까 들르면서 여기도 와보는 것을 추천한다. 민트색 파스텔 색감의 건물이 매력적이다.
지하 2층에 향수랑 화장품을 판대서 가봤는데 직구하는 것보다 비싸서 감흥이 사라졌다. 여기서 유명하다는 약국에서 파는 것도 이제는 다 올리브영에서 파니까 굳이 살 필요가 있나 싶다.
백화점을 나와서 퐁뇌프의 다리랑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기로 했다. 아까 가려던 카페가 아직도 안 열어서 다른 카페 찾아가기로 했다. 아마 여행 중에 유일하게 자유시간도 길고 여기저기 많이 가서 진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퐁뇌프의 다리 먼저 갔는데 여기서도 풍경 사진보다는 가족사진만 찍어서 올릴 게 없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카페를 찾아 앉기로 했는데, 웬걸. 파리바게트를 찾아버렸다.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좀 구석진 곳에 있어서 파리 시내를 구경하는 맛은 없지만 이 낯선 파리 한가운데 아는 얼굴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20
파리바게트 샤틀레점에 관한 자세한 후기는 위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암튼 몹쓸 호기심 때문에 인생 최악의 까눌레를 먹고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여유롭게 출발했다.
12:00
점심은 여행 전부터 걱정하던 에스까르고를 먹으러 왔다. 다행히 코스요리라서 달팽이를 못 먹어도 그 뒤에 나오는 메인디시가 따로 있기 때문에 굶진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맛이나 보자 싶어서 먹었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지만 그 달팽이의 외형이 자꾸만 생각나서 다시는 안 먹을 것 같다. 내 친구 핑핑이... 미안... 다른 식육동물보다 달팽이가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ㅠㅠ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21
에스까르고 식당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0
점심을 먹고 다 같이 버스를 타고 리옹역으로 향했다. 사진에 보이는 저 시계탑이 있는 건물이 바로 리옹역이다.
내려서 보니 생각보다 웅장한 느낌은 없었다. 그리고 찌린내가 너무 심해서 역했다. 파리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그 찌린내를 여기서 다 맡아보았다. 우웩.
떼제베가 KTX 만들어주고 역끼리도 자매결연을 맺었나 보다. 지나치면 안 보일만한 곳에 작은 현판으로 붙어있다. TGV도 엄청 빠른 열차의 줄임말이고 KTX는 그냥 평범하게 Korean Train Express다. SRT가 Super Rapid Train이라는 뜻이라서 한국말로 John나게 빠른 열차다. 기차 이름 짓기 참 쉽네잉.
여기서 열차 시간 기다리다가 단체 예약 손님을 확인 후에 태워준다. 최대한 같은 칸에 탈 수 있도록 배정해 줘서 가이드님들이 직원이랑 얘기하면서 확인한다. 열차는 도착한다고 바로 탈 수 있는 게 아니라 20분 정도 청소를 끝낸 후에 탈 수 있다.
TGV는 좌석 표시가 되게 복잡하게 쓰여있어서 그냥 이해를 포기하고 안내해 주는 대로 앉았다. 우리 가족은 둘셋으로 떨어져 앉을 수밖에 없었다. 5인 가족의 비애랄까. 스위스까지는 앞으로 3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한숨 푹 자고 싶었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캐리어를 감시해야 해서 절대 잘 수가 없다. 기차 한 량 한 량 사이마다 연결 부분에 짐칸이 있지만 좌석 중간에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들어와서 좌석에 있는 캐리어칸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확인하면서 갈 수 있다. 여기서 잃어버리면 진짜 ㅈ된다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감시했다. 잠은 어차피 숙소 가서 자면 되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에 감탄도 잠시 눈으로 보는 ASMR인 듯 잠에 빠져버렸다. 사실 잠은 10분 정도밖에 못 자고 지루해서 유튜브 봤다.ㅎㅎ 전 날 숙소에서 미리 유튜브로 영상 몇 개 다운로드하여놓았다. 그냥 기차나 비행기 장시간 탈 땐 항상 영상이나 노래를 미리 다운로드해둔다. 이동시에는 유심 데이터가 잘 안 터지는 경우도 있어서 이 방법이 가장 편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인스타그램 하는 게 데이터가 너무 빨리 닳아서... 인스타 자주 보는 사람은 데이터 빵빵하게 유심을 사서 와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숙소에서만 보든지. 나는 자주 보는 편도 아닌데 릴스보다가 이틀 만에 4기가나 써버렸다. 숙소 와이파이가 느려서 자꾸 데이터 쓰게 된다.
TGV의 화장실은 KTX보다는 넓고 쾌적했으나 손 씻는 물이 너무 졸졸 나와서 웬만하면 기차에서 화장실을 가지 않아야겠다. 화장실 앞에 입석인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얇은 문 사이로 소리가 들리는 것도 민망했다.
7:00
스위스의 로잔역에 도착했다. 자꾸 어디 도착하기만 하면 로잔역에~~~ 도착을~~~ 했씸미더!!! 하는 호동이 됨. 물론 속으로만. 패키지여행하면서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같이 놀고 싶은 마음 반, 한국인 말고 외국인이랑 친구하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낯선 곳에서 친구 사귀는 거 다들 로망이잖아요...
로잔역 주차장으로 기사님이 버스 한 마리 몰고 오셔서 그거 타고 다시 인터라켄으로 출바알~!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ㅎㄷㄷ 스위스 땅덩이도 작으면서 뭐 이리 오래 걸려!!! 엉덩이 다 닳아서 없어지겠네. 엉덩이근육기억상실증인가 그거 걸릴 것 같다. 퇴화되는 나의 빵댕이...
가는 길에 본마음에 드는 건물. 유럽에도 이런 콘크리트 느낌의 건물이 있구나... 다 너무 웅장하고 화려해서 갑자기 눈알 디톡스된 기분. 실제로 살기에는 미니멀리즘 디자인 최고다.
9:00
버스에서 배고파서 돌아버릴 뻔했다. 한국에서 싸간 간식이 다 떨어져서 당 떨어짐. 진짜 기차에서 버스로 갈아탈 때 간식 줬어야 된다고 생각함... 나는 한 끼를 굶으면 흉포해지고 두 끼를 굶으면 사람을 물어요... 그 마음을 아시는지 다행히 숙소에 짐만 놔두고 체크인만 한 다음에 나와서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걸어가기로 했다. 근데 숙소 도착하자마자 그냥 밥이고 뭐고 침대에 누워 디비 자고 싶었다.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가만히 앉아서 간 게 더 피곤했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36
치즈 퐁듀를 먹은 식당에 관한 자세한 후기는 위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퐁듀 먹고 너끼~해진 속을 달래려 산책을 좀 하다 들어가자고 했다. 근데 너무 어둡고 추워서 오래 있기 힘들었다. 그냥 기념품샵만 들렀다가 숙소로 들어옴. 기념품샵에서 티셔츠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아무도 내 고민 안 들어주고 자기들 것만 고르기 바빠서 개삐졌다. 자기들 거 고를 때는 엄청 물어봐놓고 내 거는 너무 성의 없이 봐줘서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안 사고 후회하기. 내일부터는 꼭 기념품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인터라켄은 동네 자체가 동화 속에 온 듯한 분위기였다. 근데 약간 건물이 특색이 없다고 해야 하나 조악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묘하게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어마을처럼 가짜 건축물같은 분위기랄까... 자연경관은 멋진데 왜 그렇지???
12:00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37
숙소에 관한 자세한 후기는 위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숙소에 들어와서 씻고 뭐 하고 하니까 벌써 12시가 훌쩍 넘었다. 다음날 융프라우를 올라가야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도 아니었다. 인솔자님이 고산병 걸리면 헬기 부르는 데 얼마고 막 겁을 줘서. 엄마랑 언니랑 매일매일 휴족시간 붙여가며 다리를 단련해 왔는데도 자신이 없었다. 젊은 나이에 생긴 거답지 않게 몸이 약하다 보니 최초로 쓰러진 20대 여성이 될까 봐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긴장을 하면서도 오늘 하루가 너무 고단했는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