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형식으로 써보는 여행기록.
개인적인 감상은 본명조, 여행팁과 중요한 정보는 본고딕R체
로 써서 구분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6:30
일어나서 씻고 챙기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조식은 늘 그렇듯 빵과 과일. 어차피 아침에는 많이 못 먹어서 괜찮았다. 그래도 글루콤을 매일 먹은 게 피로해소에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날부터 생리가 터지는 바람에 조식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 어제 저녁에 갔던 마트에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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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와 조식에 관한 더 자세한 후기는 위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에쎄룽가 마트는 자체 PB상품이 있는데, 생리대까지 만드는 걸 보고 꽤 놀랬다. 우리나라는 마트에서 자체 생산 생리대 브랜드가 거의 없는데 (일단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음.) 이렇게 가성비 좋은 생리대를 만들어 판다니. 하다못해 올리브영에서 수입해 온 생리대들도 물 건너왔으니 가격이 비싸지는데.
생리대가 12개입에 1.59유로다.
한화로 2천 원 조금 넘는 가격...
월경은 한 달에 한 번 하고, 한 번 시작했다 하면 생리대를 대형 1.5개, 중형 2개는 쓰니깐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필수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비용인데 이탈리아 여자들 참 부럽다.
사용해 본 후기는 솔직히 한국 생리대랑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자극적인 느낌이 적어서 좋았다. 여름에 외부에서 활동할 때 생리대까지 차고 있으면 힘든데 유럽의 덥고 건조한 여름 기후 덕분에 습기가 차지 않아서 그 점에서는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남은 걸 한국에 가져와서 써봤을 때 괜찮았던걸 보면 제품 자체가 흡수력이 좋은 게 아닐까 싶다. 순면감촉, 순면느낌, 무표백 이 ㅈㄹ해가면서 프리미엄 붙이지 말고 가격이나 내렸으면 좋겠다.
9:00
이것이 오늘의 일정표. 피렌체를 여유롭게 돌아보는 일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가장 먼저 가게 될 곳은 시뇨리아 광장.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근처에 내려서 다 같이 걸어갔다. 대형버스를 관광지에 바로 주차를 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근처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 다같이 걸어가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고로 잘 걸어야 하므로 평소에 체력을 잘 단련해야 여행도 잘할 수가 있겠다. 그리고 버스에서 도난을 당하는 일도 있을 수 있으니 귀중품은 항상 휴대하고 있는 것이 좋다. 가방을 두고 내리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어메이징 유럽이다.
가는 길에 보았던 알 수 없는 표지판. 무슨 의미인 지는 모르겠다. 뜻은 몰라도 재치있어서 찍었다. 역시 예술의 도시이다.
레더 스쿨이라고 해서 가죽 공방같은 걸 상상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가죽 제품을 파는 곳이었다. 공방은 맞는데 스쿨이라니까 뭔가 가죽 가공하는 걸 가르쳐주는 학교를 생각함.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다르게 도시 전체가 정말 오래 되었다는 느낌이 많이 났다. 프랑스는 한 몇 십년 된 것 같으면 이탈리아는 몇 백년 된 느낌. 아마 실제로도 그렇게 오래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래 된 건물이 일제강점기 때문에 거의 남아있지가 않는데 참 아쉽다. 어차피 목조건물에다가 1층짜리라 사용이 힘들어 보존 되기 힘들었겠지만 상가건물 정도는 한옥으로 남겨두어도 좋았을 것 같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이며 이탈리아의 중부에 위치해 있어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한 번쯤은 와야 하는 도시이다.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상업도시인데 인구가 30여만 명 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이탈리아 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피렌체 하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메디치 가문이 아닐까 싶다. 오래 전 메디치 가문이 오늘날 'medicine'의 기원처럼 설명한 책을 읽고 약학으로 쌓은 부로 예술을 부흥시킨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현지 가이드님이 책도, 인터넷도 다 잘못된 정보만 서술하고 있다며 메디치 가문은 사업으로 성공한 가문이라고 말씀하셨다. 메디치 가문 중에서도 로렌초 데 메디치는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이다. 처음에는 가문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서 예술가를 후원했는데 그 사실이 예술가들에게 소문이 났고 그 결과 피렌체로 훌륭한 예술가들이 모여들게 되었다.
우리가 먼저 보게 된 곳은 피렌체 산타 크로체 성당(Basilica of Santa Croce in Florence)이다. 조토의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네오고딕 양식의 프란치스코회 교회이고 내부에 미켈란젤로와 갈릴레오의 무덤이 있다. 성당 내부를 들어가진 않았고 외관만 구경했다. 패키지 여행이다 보니 성당 내부를 다 들어가보진 못하는 게 아쉽다. 검색해보니 안에도 정말 멋지게 생겼더라.
성당의 주변에는 사자상과 단테의 기념비도 있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피렌체의 유명한 시인이다. '신곡'이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읽어보진 않았는데 종교적 서사시라 딱히 관심이 가진 않는다. 특히 지옥과 연옥의 자극적인 묘사로 유명하던데 현실이 지옥이라 사후의 지옥에 관심이 없다. 하하.
대성당 앞의 광장은 옛날 이탈리아인들이 전쟁 포로들을 참수하고 그 머리로 축구를 한 장소라고 한다. 잘 보면 광장이 살짝 패여들어가 있는데 피떡이 된 머리와 피로 범벅된 광장이 배수가 잘 되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한다. 확실히 옛날 사람들이 날것으로 잔인하다. 전쟁이 일상이다 보니까 야만적이게 되고 고문도 참 즐겼던 것 같다.
바로 이것이 피가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하수구이다. 유럽 사람들이 현대에도 축구에 미쳐있는 것이 이해가 간다. 사람 머리로 축구하던 사람들의 후손이니까 얼마나 광분되고 재밌겠나.
베키오 궁으로 가는 길에 넵튠 분수 (Fountain of Neptune, Fontana del Nettuno)가 있어서 그걸 먼저 구경하고 베키오 궁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베키오 궁 내부도 살짝 둘러보기로 해서 기대가 되었다.
멀리서 부터 넵튠의 궁디가 보여서 너무 웃겼다. 넵튠은 우리가 익히 아는 포세이돈의 영어 이름이고 로마 신화에서는 넵투누스라고 부른다. 포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영어 이름과 많이 달라서 외우기가 쉽지 않다. 넵튠은 바다의 신인데 그래서 그런지 분수로 만들어놓았다. 신의 위엄을 보여주려고 만든 조각상일텐데 현대에 와서는 관광객들한테 궁딩이로 여기가 베키오 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버렸다.
확실히 앞태보다는 뒷태가 더 멋진 것 같다. 실제로 작았는지, 그때는 큰 게 죄악시 되어서 그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럽의 조각상들의 앞은 참 볼품이 없다. 신의 위엄을 느끼기에는 털만 무성하지 앞이 너무나 어린이의 그것이라... 근육질의 몸에 그런 게 붙어있으니 얼마나 우스운지 모르겠다. 차라리 나뭇잎이나 조개껍데기로 가려놓는 게 더 신비스럽고 멋있겠다.
베키오 궁 앞. 사람이 너무 많아서 땅에서 부터 예쁘게 찍기 힘들다. 그냥 1배율로 찍거나 광각으로 위쪽을 찍거나.
이 베키오 궁 앞의 다비드 상은 복제품이다. 이름부터가 다비드 복제상(Statua del David ,Riproduzione)이다. 미켈란젤로이 다비드 상을 재현한 것으로 원본은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되어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얼굴이 큰 편인데 어제 본 미켈란젤로 광장의 다비드 또한 복제품이며 대두이다. 아래서 본 비율을 생각해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알고보면 미켈란젤로 취향이 아니었을까?!
다비드 상 옆에, 베키오 궁 앞에 전시된 또다른 조각상이 있다. 바로 헤라클레스와 카쿠스(Ercole e Caco)라는 작품이다. 바르톨로메오 반디넬리가 만들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조각이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아들로서 신에 대적할 만한 힘을 가진 영웅으로 전해지는 인물이다. 카쿠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불을 뿜는 괴물이고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다.
베키오 궁전은 강박증이 있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잔인한 건물이다. 좌우대칭이 안 맞아서 불안하다.ㅋㅋ 외관으로만 봤을 때는 궁전의 느낌보다 요새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전쟁시에 사용할 수 있게 설계가 되어있기도 하다. 시계탑 아래의 건물 외벽이 ⨅_⨅_⨅_⨅ 이런식으로 생긴 이유는 끓는 기름을 붓기 위해서이다. 아래의 문장들은 가문의 문장이라고 한다.
베키오 궁전은 현재 궁전으로 보전되어있기 보다는 시청사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검색해보니 입장료가 12.50유로인데 우리는 입장료가 없는 공간만 돌아보았다. 베키오 궁전 탑에 올라서 시내를 구경하고 싶거나, 좀 더 다양한 벽화와 조각들을 즐기고 싶다면 입장료를 내고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베키오 궁전 안에 들어왔다. 저 노란 리본이 달린 막대기는 우리의 현지 가이드님께서 들고 계시다. 길 잃지 말고 잘 따라오라는 것인데 한 쪽 귀에는 수신기를 차고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듣는다.
피렌체의 전통적인 문장. 플뢰르 드 리스라고 불리는 백합 문양이다. 피렌체 도시 곳곳에 이 문장이 새겨져 있다.
머리를 물고 있는 사자가 꽤 섬뜩하다. 찾아봐도 정보가 없어서 이름과 내용은 모르겠지만 사실적인 묘사의 인간과는 달리 사자는 어딘가 어색해보이지 않나? 문득 유럽에는 왜이리 사자상이 많은지 궁금해졌다. 사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만 서식하지 않나? 영국도 사자가 없는데 상징이 사자인 것처럼 이탈리아도 그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찾아보니 최근에 이탈리아 주택가에서 사자가 출몰했다는 것 말고는, 동물원에 있는 사자 말고는 서식했다는 내용이 없다. 그냥 종교적인 의미인가보다. 아무래도 기독교 발상지가 예루살렘이다보니 아시아에는 사자가 사니까 얼핏 전해들은 이야기로만, 그니까 관념적인 사자만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괴랄한 조각상이 나오게 된 것이고. 다시 봐도 저 조각상은 사자보다는 사람의 신체구조같다.
메디치 가문은 왕비도 배출하였는데, 이 조각상이 바로 프랑스 왕 앙리 4세의 두 번째 정부인인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이다. 자신의 가문을 등에 업고 많은 재산을 가지고 시집을 왔으나 언어가 다르고 왕가의 정치싸움에 휘말려 삶이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벽화와 조각상들을 구경하고 나와서 베키오 궁전 바로 옆에 위치한 로자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를 보러 갔다.
넓은 아치형의 구조로 14세기에 행사용으로 쓰인 건물이라고 한다. 르네상스 양식의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공간을 화랑이라고 부르는데 시뇨리아 광장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뇨리아 광장 안에 베키오 궁전과 이 화랑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할 때 시뇨리아 광장에 온다고 생각하고 이 건축물들을 부가적인 여행지로 계획하면 여행 동선을 짜는 데 좀 더 편리할 것이다.
건축물 위쪽에 있는 조각상을 자세히 보면 천사같은데 머리가 아래에도 달려 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유럽 건축물을 볼 때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디테일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건지 감도 안 온다.
이 화랑에는 15개의 조각상이 있는데 앞에서 현지 가이드님의 전체적인 설명을 듣고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이때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면서도 항상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여행객의 얼굴이라도 그 사람은 소매치기일 수 있다.
왼쪽부터 살펴보겠다.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Perseus with the head of Medusa) 조각상이다. 소싯적에 그리스 로마 신화 깨나 읽었으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 바로 메두사이다. 메두사의 얼굴을 보면 돌로 변한다는 이야기. 페르세우스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메두사를 죽일 수 있었는데 별로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유가 너무 길어서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야겠다. 하말넘많!!!
이렇게 화랑 위에 올라가서 구경할 수도 있다. 메두사의 몸이 너무 굴욕적으로 그려져서 싫다. 그 밑에 무언가를 떠받치고 있는 듯한 인물은 누구일까. 이 또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도 사자, 저기도 사자, 여기저기 사자가 콸콸콸!!!
조각상들을 열심히 구경하고 시뇨리아 광장을 더 보기로 했다. 여기 앞이 그냥 광장임.
재밌는 메디치 가문 이야기~ 를 들었지만 생각 나는 게 없다. 데헷!
거리 구경만 해도 재미나다. 피렌체 시내 한복판에 한식당이 있는 것도 신기함. 구글맵 리뷰 보니까 라면이 맛있다고 한다. 식료품점으로 뜨는 것을 보니 식당이면서 마트이기도 한가보다. 피렌체 여행하다가 한식이 땡기면 가기 좋을 것 같다.
시뇨리아 광장에서 단테의 생가 박물관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거길 걸어가야 한다. 왜냐면 도시가 너무나 낡고 좁아서. 구글맵 보면서 찾아가도 길 잃기 쉬울 것 같다.
사실 단테를 좋아하지도 않고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큰 감흥은 없었다. 안에 들어가서 구경이라도 하면 모를까. 단테는 중세 철학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그냥 ... 더보기
할많하않이다.
단테 생가에서 걷다보니 빼꼼히 보이는 피렌체 대성당. 두오모 광장에서 대성당과 조토의 종탑을 보러왔다. 이러다 걸어서 한국도 가겄다.
조토의 종탑은 산 조반니 세례당에 있고 광장을 중심으로 대성당과 마주보고 있다.
흠 어디가 성당이고 어디가 세례당인지 사진으로 구분이 안 된다. 이 곳은 정말 멋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사진만 주르륵 남기고 끝내보겠다. 외관만큼 내부도 멋있을 것 같은데 역시나 패키지 여행은 시간이 없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 여기서 자유시간을 주어서 사진 찍고 구경하다가 너무 덥고 지쳐서 젤라또 집을 찾았다. 이탈리아는 무조건 1일 1젤라또 필수!! 특히 여름에는 생존템이다... 이탈리아 너무 더워... 햇빛이 너무 뜨겁다.
여기가 어디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성당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이었다. 나는 무조건 과일 샤베트. 우유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상큼한 맛을 선호한다. 가족들은 바닐라, 엄마만 망고였나? 암튼 맛있게 잘 먹었다.
도심에 말이라니! 살면서 말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눈 옆에 가린거 보니까 왜이리 짠한지. 동물의 본능을 억누르고 인간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서 착취해도 되는가? 유럽은 이게 일상이면서 다른 나라에 동물권 문제로 회초리질 하는 게 웃긴다.
1:00
두오모 광장도 열심히 돌아보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식당이 관광지랑 멀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생각보다 많이 걷는 일정에도 지치거나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생각해보니까 내 평소 체력이라면 힘들고도 남았을텐데 글루콤 덕을 보긴 한 것 같다. 생리를 불러왔지만... 체력도 가져다주었다. 이거 완전 단짠단짠 제대로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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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이름은 Osteria da Caterina. 현지 식당 중에 여기가 가장 맛있는 편이었다. 저녁에 삼겹살을 먹기로 해서 많이 안 먹으려고 했는데 맛있어서 좀 과식함.
점심을 먹고서는 바로 버스 타고 로마로 이동했다. 로마까지는 피렌체에서 버스로 4시간이 걸린다.
5:00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1유로 내고 화장실을 갔는데 휴게소가 어딘지는 몰라도 일리 카페가 있어서 에스프레소를 먹어봤다. 가이드님이 이탈리아에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제발 꼭 먹어보라던 에스프레소. 설탕을 한 봉지를 다 넣고 딱 두 번만 저어서 마시랬다.
인생 처음 이탈리아에서 먹어보는 에스프레소. 한국에서 먹었을 때는 너무 써서 못 먹겠던데 그때는 설탕 없이 먹어서 그랬고 여기서 설탕 다 때려놓고 마시니까 역시나 썼다. 내 입맛은 아니다. 애초에 이런 달고나 같이 쓴 맛에 단 맛 나는 걸 안 좋아해서 그런가 별로였다. 언니는 너무 좋아했고, 평소에 달고나를 좋아한다. 달고나를 좋아한다면 환장할 맛이고 안 좋아하면 에스프레소도 별로일 거다. 그래도 살면서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번으로 족하다.
7:00
다시 열심히 달려서 드디어 로마에 도착! 숙소 가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에 티본 스테이크를 주고 저녁에는 삼겹살? 이 식단 누가 짠거야. 생각이 있어 없어!!! 동치미 국물 가져와!!!ㅋㅋ 장난이고 아니 장난 아니고 진짜 속이 너무 부대껴요... 이탈리안도 이렇게는 안 먹어...
맛있고 한식이라 너무 먹고 싶었는데 도저히 안 들어가서 몇 개 집어먹고 안 먹었다. 아저씨가 김치만 굽게 했어도 열심히 먹었을텐데.ㅋㅋ 사실 김치 구웠어도 느끼해서 못 먹었을거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48
식당에 관한 자세한 후기는 위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숙소는 시골에 있는 곳이었다. 주변에 뭐가 하나도 없어서 걸어서 30분 거리 마트에 가기로 했다. 패키지에서 친해진 일행들과 가족이랑 같이 가서 그나마 의지는 됐는데 그래도 길 잃을까봐 무서웠다. 납작복숭아랑 요거트 등 간식을 사서 왔는데 갔다오니까 무슨 사냥터 다녀온 가장 마냥 뿌듯하면서도 지쳐서 그냥 씻고 자고 싶었다.
11:00
간식 먹고 떠들고 놀다가 남자들은 씻고 자러 가고 여자들만 남았는데 다들 씻고 나오면서도 바로 못 자고 수다 떨고 그랬다. 마지막날 밤이라 그런가 모든 게 아쉽고 내일 한국에 가기 너무 싫었다. 패키지여행은 일행들이랑도 좀 정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했을 수도 있는데 나는 정들었음. 나중에도 또 만나고 싶고... 하지만 참았다.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으니까. 근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 아닌가요?!?! 나만 그렇게 생각해??? 잉잉ㅠㅠ 엄마가 좀 자중하라고 막... 나를 억제 시켰다...ㅋㅋㅋ 엄마 아빠는 극 내향인이라 내가 어디가서 나대는 걸 너무 싫어한다. 말 좀 그만 하라고 막 혼냄. 그래서 나도 내가 내향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나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외향인인 것 같다.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왜 이렇게 여행을 오게 되었는지 궁금한 걸 어떡함... 저 사람은 무슨 생각하며 사는 지 궁금한 걸 어떡하냐고요.
암튼 그렇게 마지막날 밤이 저물어 갔다. 아 여행만 하며 살고싶다!!! 누가 나 돈 좀 줘요. 여행하고 살게. ㅋㅋ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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