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형식으로 써보는 여행기록.
개인적인 감상은 본명조, 여행팁과 중요한 정보는 본고딕R체
로 써서 구분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6:30
드디어 마지막 날. 포스팅 하려니까 귀찮아서 마지막이 반가운데 이때는 별로 달갑지 않았다. 하필 마지막날에 숙소가 좋아서 하루만 더 있고 싶었다. 상대적으로 좋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 컨디션이면... 궁전이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51
숙소에 관한 자세한 후기는 위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8:00
오늘의 일정. 로마를 내내 구경하다가 저녁 비행기를 타고 귀국을 해야 한다. 싫다. 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탈리아에서 한 달 살기해도 부족할 것 같다. 아빠는 뭔 한 달이나 사냐고 하지만 나는 이런 며칠 돌아다니는 걸로는 욕구가 충족이 안 된다. 직접 한 달은 살아봐야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원래 바티칸을 먼저 가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로마를 먼저 돌아보고 바티칸을 갔다. 그랬더니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더위 먹음. 이탈리아 여름은 끝장난다... 이래서 다들 이탈리아를 봄가을에 가는구나.
아무튼 로마 여행은 차로 돌아다니기 힘드니까 많이 오래 걸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꼭 편한 신발과 복장으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여름에 가게 된다면 꼭 덥지 않게 밝은 옷과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 정말 정말 덥다. 햇빛이 강하고 그늘이 잘 없어서 물도 꼭 들고 다녀야 한다. 탈수증에 걸릴 수도 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가게 된 곳은 바로 콜로세움. 로마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적지가 아닐까 싶다. 이거 쓰려는데 그저께 <나나투어> 보다가 여기가 나와서 기분이 이상했다. 딱 한 달 정도 차이로 다녀와서 더욱 아쉬웠음... 뭐 세븐틴이 극성수기 한국인들 많을 때 여행을 가겠냐만은 그래도 여행지에서 최애 마주치고 개쿨하게 "늘 행복하세요..." 하고 떠나는 그런 멋진 그림 뭔지 알죠?... 모르시려나.ㅋㅋ
오래돼서 그런지 이렇게 철근과 콘크리트로 보강 작업을 해놓았다. 아무래도 몇 천 년 전에 지어진 유물이다보니 보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많이 무너졌지만 안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잘 보존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시간이 없어서 안에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굳이 안 들어가봐도 될 것 같긴 했다. 왜냐면 구경하다가 인디아나 존스에서 나오는 동굴마냥 무너질까봐 무서움... ㅋ 그래도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으니까 괜찮다. (정신승리)
바로 옆에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있어서 함께 구경했다. 근처에 티투스 개선문도 있는데 티투스 개선문은 프랑스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에 영감을 주었다. 티투스 개선문은 현존하는 개선문 중에 가장 오래되었고,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과 함께 로마 시대부터 온전한 상태로 살아남은 개선문이라고 한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승전 기념물이다.
콘스탄티누스는 최초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황제이다. '밀비우스 다리의 전투(312)'에서의 승리가 기독교 세력이 성장하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출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리처드 카벤디쉬 외 저)>
이렇게 사진상으로만 봐도 콜로세움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콜로세움을 보러와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포로 로마노로 이동했다. 콜로세움 입구 쪽에서 쭉 일직선상으로 이동하면 (사크라거리 Via Sacra를 따라 걸어서) 포로 로마노가 나온다.
이렇게 캄피돌리오 언덕에 올라서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포로 로마노의 '포로'는 공회장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의 집단토의를 뜻하는 단어 포럼(forum)의 어원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곳은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였으며 천 년이라는 시간동안 로마제국의 심장부였다고 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건물이 많이 소실되었는데 화재로 복구된 곳을 중세에 헐어서 건축자재로 쓰는 등 폐허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건물과 나무가 많지 않아 여름에 여행하기에는 좀 빡세다. 여름에 로마에 오게 된다면 이곳은 꼭 이른 아침에 오는 것을 추천한다.
캄피돌리오 언덕을 올라 광장에 왔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했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이 중앙에 놓여져 있다.
이 기마상을 중심으로 광장의 왼편에는 팔라초 데이 콘세르바토리 델 캄피돌리오 (Palazzo dei Conservatori del
Campidoglio)가 있고, 카피톨리노 박물관과 함께 위치해 있다. 오른편에는 팔라쪼 누오보(Palazzo Nuovo)라는 박물관이 있는데 사실 뭐가 뭔지 기억이 잘 안나서 구글맵을 찾아봤는데 두 건물이 너무 닮아서 헷갈린다. 그냥 우리는 외관만 보고 지나가서 구별이 안 간다. ㅠㅠ 여기에 로마 시청까지 같이 있다고 한다.
캄피톨리노의 암이리상. 암컷 이리가 사람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징그럽다. 로마를 상징한다고 한다.
게모니아 계단. 로마 황제 아울루스 비텔리우스가 처형 당한 곳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이끄는 도나우 군단에 의해서 내전이 일어났고, 비텔리우스 황제가 이끄는 라인강 군단과 전투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여기서 군단의 이름이 낯이 익어 찾아보니 강의 이름이 맞았다. 도나우 강과 라인 강은 유럽에 있는 강이다. 송강은 한국에 있다.
이 두 조각상은 로마의 쌍둥이 신이자 별자리 중 쌍둥이자리의 주인공인 디오스구로이다. 둘 중에 왼쪽은 카스토르(Castor) 오른쪽은 폴룩스(Pollux)이다. 정면에서 찍고 싶었는데 각이 안 나와서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구도로 찍었더니 아랫도리가 더욱 단촐해보인다.
두 조각상의 전면에는 Cordonata Capitolina라는 계단이 있다. 저 계단으로 내려가면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광장이 나온다. 여기는 거의 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나보다. 한 명의 천재가 나라 전체를 먹여살리는구나. 지금 누구는 나라를 안 말아먹으면 다행인데... 아니 사실 말아먹는 중인가? 흠흠.
10:00
계단을 내려와서 우리는 밴 투어를 떠나기로 했다. 벤츠를 강조하지만 그냥... 봉고차다. 다른 차보다 더 고급지고 편하고 그런 건 아닌데 이 땡볕 더위에 도보로 여행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고 쾌적하다. 우리는 인원이 25명이라 5개의 밴에 나눠서 탔는데 우리가 5인 가족이라 다른 일행 없이 우리만 타고 다녀서 딱 좋았다. 게다가 우리 밴 기사님이 가장 젊고 핫가이였다!!!!!!!!! 내리다가 문에 머리 박았는데 기사가 그거 보고 비웃긴 했지만... 용서 가능. 괜히 비웃는 것도 귀엽다는 듯이 풋, 하고 웃는 것 같아서... 헤헤. 암튼 운 좋으면 핫가이 기사님이 걸린다. 여행 중 최고의 복지였다.
여기는 바로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 사람이 진짜 많고 소매치기 조심해야함.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고 동전도 던졌는데 영화 '로마의 휴일'을 안 봐서 뒤로 던져야 하는 걸 몰랐다. 흑흑. 그래도 내 소원이 이루어지길!
소원을 비는 방법은 오른손으로 동전을 왼쪽 어깨너머로 던지는 것이다. 한 번만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연인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번 던지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동전이 아까워서 한 번만 던졌다. 어차피 소원도 로마에 다시 오는 것이니까!
잠깐 여기서 자유시간을 줘서 바로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이 젤라또를 먹으러 갔다. 인솔자님이 추천해줘서 들어갔는데 어딘지는 기억 안나지만 분수 바로 앞에 있는 집이다. 직원들 한국어 완전 잘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로 주문할 필요 없고 그냥 한국어로 주문해도 된다. 여기 화장실도 잘 되어있으니까 꼭 들르기! 구글맵으로 어딘지 찾았는데 도저히 모르겠다.
밴 투어 중 두번째로 들르게 된 곳은 바로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여기는 스페인 계단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웬 스페인? 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스페인 대사관이 있어서 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 또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와서 유명해진 관광지이다. 이쯤되면 이 영화 안 본 내가 바보다.
계단 위에 올라 바라보는 전경은 이렇다. 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인가보다. 월세가 굉장히 비쌀 것 같은데... 관광지 와서 이런 생각밖에 안드는 나... 비정상인가요?
스페인 광장의 분수는 난파선의 모양을 본따 만든 것으로 분수라기에는 그 규모가 참 소박하다. 저 졸졸 나오는 물은 트레비 분수와 연결되어 같은 물이 나온다고 한다. 수압 차이때문에 이 분수에는 물이 이렇게 약하게 흐른다고 한다.
다시 밴을 타고 이동해서 도착한 세번째 장소는 바로 판테온이다. 판테온이란 '모든 신들의 신전'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고대 로마인들이 행성의 신을 섬기던 곳인데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교회가 되었다고 한다.
관광지 앞에 식당, 카페 줄줄이 늘어선 것은 세계 어딜 가나 똑같은 모습이다. 우리나라만 뭐라 할 게 아닌 듯. 다만 요란하고 촌스러운 간판이 없는 것은 부럽다. 우리나라도 간판 좀 정리해서 덜 촌스러워 보였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발전에만 급급해서 미감을 포기하는 일 없이 지역발전과 도시 미감이 같이 갔으면 좋겠다. 결국 예쁜 거리가 그 도시의 관광을 책임지게 될테니까.
밴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바티칸에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기는 애매한 시간이지만 이때부터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덥고 햇볕이 뜨거워서 다른 날보다 훨씬 빨리 지치는 듯 했다.
저렇게 창문에 화분을 주렁주렁 매달아도 예쁘게만 봐주고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신기한 문화 차이였다.
11:00
바티칸 시국에서 가장 먼저 구경하게 될 곳은 바티칸 미술관이었다. 바티칸은 로마의 북서부에 위치해있으며 교황청이 통치하는 가톨릭 국가이다. 가장 작은 국가로 유명하다. 실제로 토지의 크기와 인구 모두 세계에서 가장 작다. 하나의 도시만한 규모라서 시국이라고 부른다. 독립적인 주권을 가지고 있어서 꼭 국가라고 명명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내부를 둘러보기 앞서 현지 가이드님이 야외에서 그림을 보며 관람 포인트를 짚어주셨다. 안에 들어가게 되면 사람들이 많아서 멈춰서 설명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미리 설명을 듣고 관람을 할 수 있게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얘기가 길어지니까 너무 힘이 들었다. 햇빛은 따갑지, 공기는 뜨겁지... 탈수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생겼는데도 계속 말을 이어가자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파리에서는 괜찮았는데 이탈리아는 현지 가이드님이 약간 자아도취가 심한 분이라 관광객들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사진만 찍을 게 아니라 최대한 설명을 듣고 머리에 담아가라든지, 고압적인 태도와 반말이 참으로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현지 가이드를 잘 만나는 것도 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70
바티칸 미술관에 대한 더 자세한 후기는 위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미술관을 다 돌고나서 바로 옆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에 왔다. 베드로는 피에트로라고도 부른다.
들어가기 전에 잠시 기다렸는데 진짜 너무 덥고 목 말라서 다 때려치우고 어디 카페라도 가고 싶었다. 그래도 여기 보고 나면 점심 먹으러 간다고 해서 참았다. 자유시간을 주고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게 해줬는데 동생이 자기는 다리 아프고 덥다고 안 들어간댔다. 바보... 밖이 더 더운데.
그냥 입장하자마자 압도 되어 버렸다. 나... 카톨릭 신자일지도??? 역시 눈뽕이 지려야 믿음도 따라오는 것이다. 상당히 저급한 표현이지만 경외심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람이 많지만 거슬리지 않는 밀집도였다. 아마 관람객 인원을 조절해서 입장시키는 것 같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코 이 피에타 상이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상으로도 꼽히는 이 작품은 이름인 '피에타'에서 알 수 있듯이 죽은 아들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를 묘사한 것이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연민, 자비, 또는 동정심을 뜻하는 단어이다. 자기 아들이 죽었는데 연민, 자비, 동정심이 맞는 감정인가 싶은데 아마 외국어를 우리나라 말로 1:1 번역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대충 넘어가자.
피에타 상은 일전에 한 관람객이 던진 망치에 훼손을 당하고 저런 방탄유리벽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성당 내부에는 예배당도 있다. 관람객도 예배를 할 수 있으나 우리는 시간 관계상 참여하진 못했다. 그랬더니 부모님이 굉장히 아쉬워하셨다. 가톨릭 신자와 함께 바티칸을 가게 된다면 꼭 하루는 잡고 가야한다. 왜냐면 바티칸이라는 공간은 그들에게 꽤 큰 의미로 다가오는 듯 했다. 나는 무교에다 무신론자 입장이라 공감은 안 가지만 부모님이 이해가 되었다. 나같아도 내가 믿는 종교의 중심지에 오면 감격스럽고 경외감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이 다리가 아프니까 저런데 막 걸터앉는데 딱히 뭐라고 안 하길래 우리도 중간에 구경하다가 쉬었다. 우리에게도 별 말 없는 걸 보니 그래도 되나 보다. 마음 같아서는 예배당 의자에 앉고 싶었는데...
1:30
바티칸을 다 돌아보고 나서 다시 로마로 돌아왔다. 어차피 로마공항에서 출발해서 귀국을 하기 때문에 로마로 돌아와야 했다. 점심을 너무 늦게 먹으니까 아빠가 많이 힘들어하셨다. 연세가 높거나 평소에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꼭 중간에 간식을 먹을 수 있게 챙겨주어야 할 것 같다.
https://dinersourfizz.tistory.com/449
점심에 간 식당이 궁금하다면 위 링크를 통해 후기를 읽어주세요.
배고파서 다 맛있을 줄 알았는데 점심이 맛이 없어서 더 힘들어졌다. 대충 점심을 먹고 나와서 잠깐이지만 이탈리아를 최대한 느끼고 가고 싶은 마음에 언니랑 식당 옆에 있던 카페로 갔다. 언니는 꼭 에스프레소를 한 번 더 먹어야겠다며 카페를 가고 싶다고 했고 나는 에스프레소가 입맛에 맞지 않아서 젤라또를 먹고 싶었지만 카페 바리스타가 넷플릭스 영화 '365'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닮은 바람에 홀린 듯이 따라 들어가버렸다.
바리스타가 너무 잘생겨서 오래 머물고 싶었다. 하필 또 에스프레소라서 금방 먹게 되니까 아쉬웠다. 다 먹고 그냥 가도 되는건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영어가 하나도 안 나와서 뚝딱였다...ㅋ 미남한테 약하구나 내가...
솔직히 아직도 에스프레소를 뭔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 원래 아메리카노도 맛이 아닌 각성효과 때문에 먹는 느낌이라 커피를 잘 몰라서... 라떼는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무조건 에스프레소 + 물 조합으로만 마신다.
이탈리아에도 필리핀 패스트푸드 브랜드 졸리비가 생겼나보다. 이탈리아에도 진출한 마당에 한국에도 들어와 주시면 안 될지... 근데 난 졸리비 한 번도 안 가봄 (?)
3:00
우리의 로마 여행 마지막 관광지는 바로 진실의 입. 여기도 로마의 휴일에 나와서 유명해졌다. 이정도면 로마 관광 홍보대사아니냐고요. 미국 영화인데 수상하리만큼 로마에 진심이다.
이렇게 입에다 손을 넣고 사진을 찍는데 아픈 표정을 지어야 한다. 나는 뚝딱이라 이상한 표정으로 찍음. ㅋ
4:00
로마 공항에 왔다. 오기 싫었는데 와부렀다. 시벌... 여행이 너무나 짧다. 근데 블로그 포스팅 하려니까 몇 달 걸림.ㅋㅋ 몇 달치 분량의 여행을 며칠만에 속전속결로 하고 온 셈이다. 난생 첫 패키지여행은 해외로 간 수학여행 같기도 했고 가족과 싸울 일이 없어서 좋기도 했다. 물론 중간에 고비도 있고 다시는 가족이랑 안 온다든가, 아니면 다음에도 또 같이 오고 싶다든가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이게 바로 여행의 매력이다. 여행을 오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한국에서만 살다가 낯선 곳의 이방인이 되어보는 게 나쁘지 않다.
이 날 태풍의 영향으로 2시간 연착이 되었는데 다행이도 더 늦춰지는 일은 없었으나 난기류때문에 비행기가 흔들려서 안 하던 멀미를 심하게 했다. 그랬더니 기내식 한 끼 먹고 기절해서 다음 끼니를 걸렀다. 멀미가 심하니 죽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서 거절했다. 처음이었다. 기내식은 무조건 다 먹는데...
처음 먹어보는 기내식 비빔밥은 맛있었다. 외국에서 먹는 한식으로는 비빔밥이 가장 무난하고 맛있는 것 같다.
중간에 이렇게 간식으로 과자를 줬는데 이것도 멀미때문에 안 먹고 가져왔다. 너무 서러워서 빨리 돈 벌어서 비즈니스 타고 싶다. 장거리 비행은 정말 힘든 것 같다. 속도 더부룩한데 화장실은 더럽고 좁다. 다리가 너무 아픈데 다리를 쭉 뻗거나 누울 수가 없으니까 힘들었다. 비행이 힘들어서라도 해외여행은 무조건 오래오래 있다오고 싶다. 뭔가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이 여행 시간을 압도하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8일간의 여행이 끝이 났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리던 패키지여행 일기도 끝내보려고 한다. 긴 프로젝트 하나가 끝난 기분이라 참 후련하다.
우리가족은 아직도 이 추억으로 살고 있다. 그때 이랬지, 어땠지, 저쨌지 하면서 같은 추억을 핥으며 산다. 이게 바로 가족여행이 주는 가치 같다.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서 가족들과 서로 의지하며 여행을 하는 게 참 좋았다. 그리고 엄마가 여행 내내 너무너무 행복해해서 나도 행복했다. 엄마가 행복하니 나도 행복하더라. 이렇게 단순한 거였는데, 부모님들은 잘 모른다. 당신이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다는 것을. 엄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었다. 아빠는... 소화불량의 이슈로 잠깐은 불행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행복했다고 한다. 아빠의 불행은 슬프지만 웃긴 추억이 되었다. 계속 배가 아플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내가 상상했던 부모님의 모습과 전혀 반대의 모습이 이번 여행을 통해 드러나서 흥미로웠다. 체력이 안 좋아서 힘들 줄 알았던 엄마는 여행 내내 젊은 우리들보다 쌩쌩했고, 매일 운동을 하는 아빠는 여행 내내 수척해져갔다.
다음에 또 이런 여행기 시리즈를 쓴다면 아마 몽골여행이 될 것 같다. 원래는 12월에 런던을 가서 겨울 내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있을 예정이었는데 발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여행이 취소 되었다. 유럽은 돈이 많이 들지만 젊었을 때 최대한 자주 가려고 노력 중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또 유럽을 가겠지만 그때 마다의 감상이 다르지 싶다. 사실 관광만큼 휴양을 좋아하는데 우리가족은 휴양보단 관광파이다. 친구들은 나보다 해외여행을 많이 한 친구가 없어서 쉽게 같이 가자고 못 하겠다. 아무래도 한 두푼 드는 것이 아니니까. 몽골은 꼭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인데 여자친구들은 별로 감흥이 없어했다. 그래서 혼자서라도 나중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갑자기 사촌언니가 몽골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이때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 흔쾌히 가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아져서 걱정이 많다.
패키지여행의 전체적인 감상과 후기는 내일쯤 올릴 것 같다. 좀 더 직관적이게 정리해서 가족여행으로 패키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