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2.일
극장에서 관람
감독: 제임스 맨 골드
장르: 액션, 모험
제작사: 파라마운트
스포 없는 후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터라 과연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영화가 재밌을까 궁금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도 감흥을 이끌어 낼 만한 매력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반면 아빠는 어릴 적부터 이 영화의 팬이었고 개봉하기 전부터 이 작품을 기다렸다. 젊은 시절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와 함께 자란 것이다. 이번 편이 과연 나와 아빠의 세대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우리 부녀의 대답은 바로 "yes."였다. 사실 뭐 엄청 재밌진 않았다. 손에 땀을 쥘 만큼의 서스펜스를 느낀 것도 아니거니와 허무맹랑한 결말에 실망도 했기에 잘 만든 영화라고는 못 하겠다. 그러나 내내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비현실적인 연출과 서사는 만족스러웠다. 이런 비유를 하면 원작팬들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만화 '땡땡의 모험'을 실사화한 느낌이 들었다. 백인 남성이 함부로 어떤 이의 무덤에 들어가서, 어느 나라에 가서 깽판을 쳐놓는 게 닮았다. 나는 이런 액션 영화를 볼 때마다 가판대가 뒤집어지는 상인들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저거 물어는 줬을까? 보험은 들었을까? 배상은 누구에게 받지? 또한 남의 나라 유물을 자기가 꼭 지키겠다는 미국인의 시혜적인 태도와 발상도 참으로 발칙하다.
그리고 할리우드 단골 소재이자 하도 우려먹어서 사골도 증발해 버렸다는 나치가 등장한다. 할리우드는 나치 없었으면 아니, 미국은 나치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이 정도면 미국이란 나라가 존재하는 근간이 나치다. 덕분에 세계를 지킨다는 이미지도 갖고 그걸 영화로도 전 세계에 팔아먹는다. 물론 당연히 나치는 악 그 자체가 맞다. 일본이나 독일이나 전범국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웅서사에서 악의 무리를 설정할 때 배경이 될 만큼 나쁜 놈들이다. 왜 맨날 나치 가지고 영화 찍냐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진주만 때의 일본으로 설정하면 미국이 원폭 두 방 터트린 게 있어서 악의 이미지가 좀 약하게 느껴질 거고, 또 중동으로 하자니 인종차별 이슈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니 나치만큼 좋은 소재가 있을 수가. 그러나 변방의 한국인 관객 입장에서는 지겹게 느껴지긴 했다. 마블 세계관에서도 하이드라의 원형이 나치이고, 할리우드 영화에 나치가 악당으로 나오면 확실히 신선함이 떨어지긴 한다. 언젠가 한 번은 할리우드에서도 영국이 세계 악의 축으로 나오는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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